비록 소속한 노조에 대한 신문기사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대 노조정책에 대해 알 수 있는 기사를 회사내부 전산망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범위에 포함돼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은 법적인 보호를 받아 징계나 민형사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노측은 가능하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려 하고, 사측은 반대로 좁게 해석하며 엄격하게 사규를 적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인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항상 논란이 많다. 위 대법원 판결도 징계사유로 인정했던 원심판단을 뒤집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하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의 원고는 D항공 노동조합 대의원 류승택씨다. 류씨는 인터넷 신문에 실린 “조종사노조가 준법투쟁을 위해 각 조종사들의 편지함에 넣어 둔 ‘단협쟁취, 비행안전’이라고 적힌 리본 1천300개를 피고가 훔쳐갔다”는 내용의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D항공 내부통신망과 류씨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D항공은 류씨의 이러한 행위가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고 시정지시조차 위반한 것으로써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다른 사유를 더 포함해 해고사유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①원고가 옮겨 게시한 신문기사는 그 내용에 허위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점 ②사용자의 인사노무 방침, 특히 대 노조정책을 파악해 이를 노조원들에게 알리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중요한 업무인데 D항공이 조종사노조에게 단체교섭과정에서 행한 행위는 대 노조정책 내지는 방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므로 원고가 속한 D항공노동조합에서도 파악할 필요가 있는 점 ③위 신문기사는 인터넷 신문에 이미 게재돼 있었는데 원고가 제목만 변경, 출처를 밝혀 그대로 복사해 자신의 홈페이지와 사내게시판에 게시한 점 ④위 신문기사는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도 게시돼 있어 원고가 자신의 홈페이지 및 사내게시판에 게시했다고 해서 영향을 미쳐 단체협약 체결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위 신문기사 게시행위는 조종사노조원들에 대한 것이 아닌 D항공노동조합 노조원들에 대해 피고의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행위를 알리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위 신문기사 게시 행위는 신문기사의 내용에 일부 과장되거나 왜곡된 표현의 사용으로 피고의 명예 등이 훼손되거나 그러한 염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원고가 속한 이 사건 노조원들의 단결을 도모해 근로조건의 향상과 복지 증진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는 그 내용이 진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며, 신문기사 게재행위 및 그 시정지시에 따르지 않은 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조가입 권유, 노조의 의사결정 관련 활동, 선거운동, 집행부 불신임 안건처리를 위한 활동, 사용자의 노무정책에 대한 비판 및 그에 관한 여론수렴 등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노동조합 활동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①주체(노동조합의 결의나 구체적 지시에 따른 활동여부) ②목적(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활동인지 여부) ③시기(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 근무시간 외에 행해졌는지 여부) ④방법(사용자의 규율과 제한의 범위를 도과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되는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은 주로 사업장 내에서, 사용자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므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업무지휘권·명예 등의 권리와 충돌을 빚게 되는데 충돌시 노동조합 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사용자의 권리 침해정도를 비교해 정당성 여부가 판단된다.

이 사건에서의 신문기사 게재행위는 주체가 정당했는지 여부와 사용자의 명예훼손과 충돌하는 문제가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의 결의나 구체적 지시에 따른 활동이라면 주체가 정당한 활동에 해당하는데 비록 노동조합의 결의나 구체적 지시에 따른 활동이 아닌 개인적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활동이 성질상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활동이거나 노조의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면 주체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판결에서 류씨의 신문기사 게재행위도 노동조합의 결의나 구체적 지시에 따른 활동은 아니지만 “사용자의 인사노무 방침, 특히 대 노조정책을 파악해 이를 노조원들에게 알리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중요한 업무라는 점이 인정됐고, 게재행위를 한 목적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강화해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는 데 있었던 점이 인정돼 주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대법원에서는 “유인물의 내용이 노조 위원장에 대해 조합원의 의견수렴에 충실을 기하지 못한 조합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근로기준법에 미달되는 각종 수당의 산정방식 등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인데다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점”을 고려해 유인물 배포행위를 노동조합의 업무로 인정하기도 했다(대법원 2001.4.27. 선고 99두11042 판결).

게시판이나 인터넷 등에 게시, 유인물 배포 등의 언론활동은 사용자의 명예훼손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에는 노동조합의 언론활동이 조합원의 단결과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주된 목적을 둔 것인지 여부, 그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여부, 언론활동 장소가 노조나 기업 내부에서 행해진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행해진 것인지 여부, 언론활동의 대상이 조합원이나 해당사업의 근로자와 같이 한정됐는지 아니면 일반인도 포함됐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류씨가 게재한 신문기사의 내용에 허위성이 없고, 이미 해당 신문기사는 조종사노조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으며,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아닌 류씨가 속한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게재했던 점 등이 강조돼 훼손된 사용자의 명예보다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보호해야할 법익이 크다고 판단된 것이다.

노동조합의 언론 또는 홍보활동에 대해 대법원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한 사례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조합원의 유인물 배포행위가 비록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했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을 왜곡 또는 과장한 것으로서 회사 경영진에 대한 극도의 불신 내지 증오심을 유발케 해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면 그 배포행위를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3.2.9. 선고 92다20880 판결).

단체협약에 유인물의 배포에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까지 금지시킬 수는 없는 것이므로 위 유인물 배포행위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허가가 있었는지 여부만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그 유인물의 내용이나 배포방법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취업시간이 아닌 휴게시간 중의 배포는 다른 근로자의 취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을 방해하거나 구체적으로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이 아닌 한 허가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1.11.12. 선고 91누4164 판결).

앞으로 복수노조가 되면 대 사용자 활동뿐 아니라 노동조합 간 경쟁이나 갈등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언론활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활동이 하나의 기업 공간에서 이뤄짐으로써 취업규칙과의 충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정되는 범위와 그 정당성의 범위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해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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