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의지 하나로 회사를 구한다는 줄거리였다. 그래야 할(?) 신입사원들이 노동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신입사원이 되기도 어렵고, 되더라도 심한 차별에 괴로워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들이 처한 상황에 책임이 있다. 특히 정부의 몇몇 정책은 긴급한 수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통계와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내놓았던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에는 실업자가 없어야 한다. 수치대로라면 선진국은 이미 몇 차례 되고도 남았다. 인턴십 정책도 마찬가지다. 연간 1천억원에 육박하는 예산 투입에 대한 통계 결과만 좇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인턴십 지원을 받은 기업에서의 고용유지 비율이 80~90%나 된다고 밝혔다. 정말 그러한가. 정확히 확인했는지 묻고 싶다.

실제 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심층면접 분석 후에나 냉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과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의 경험 정도는 참고해야 할 것이다 .

인턴십 과정을 겪은 자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대우는 고사하고 단순 심부름에 심한 차별까지 받는다. 겨우 1년 정부지원이 끝나면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 그 기간은 이력서에 한 줄 넣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오히려 경쟁자들보다 1년 늦었다는 씁쓸한 심정토로도 나온다. 이 사업이 진정 신입사원이 되고자 하는 자들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일부 사업운영기관과 비용을 줄이려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제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2009년 공공기관부터 도입된 대졸 초임삭감 정책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정책입안자의 ‘임기응변’은 후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삭감된 비용 이상의 돈이 이를 치유하는 데 들어갈 공산이 크다. 먼저 초임삭감 정책은 약속한 소임을 다했다. '경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미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속대로 정상임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 기간 고통을 이겨 낸 ‘신입사원’들에게 보답해야 할 차례다. 그런데 어떤가. 그런 약속은 간데없고 정부는 아예 이를 고착화시키려 하고 있다. ‘신입사원 개별연봉제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법률적으로 신입사원들의 권리는 명확하다.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기본은 차별에 대한 금지에서 출발한다. 공정경쟁과 공정사회의 근간이다. 따라서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오로지 신입사원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 ‘동의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진정한 동의였는지, 그 동의가 헌법정신에 맞는지 여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잠시 불만을 억누를 수는 있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신입사원’은 이미 ‘신입사원’이 아니다.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제는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고 있다.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다.

문제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비용이 고스란히 해당 사업장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차별과 자괴감으로 신입사원의 사기는 말이 아닐 정도로 떨어졌다. 그로 인한 생산효율 저하는 계산하기조차 힘들다. 노사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집단소송을 예고하고 있고 다수 노조는 올해 최우선 임·단협 안건으로 들고 나왔다. 노사와 후 세대는 굳이 치르지 않아도 될 막대한 사회갈등비용을 들여야 한다. 모두 정부 때문이다.

노조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절대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기존 판례에 따른다면 법원의 도움도 가능했다. 그 결과 정부는 초임삭감을 단행했고, 성과(?)가 있었다는 자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묵시적으로 동의한 노조도 있었다. 솔직한 반성이 필요하다. 법률상 자격이 없다는 핑계만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들이 바로 우리 조합원들이고, 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에 노조의 희생을 감수하고 초임삭감 도입을 막은 노조도 있다. 그 교훈은 크다. 현재 더욱더 공고한 단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노사관계도 안정돼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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