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아시오(Be Shame You)."
지난 2일 ‘좀비’ 분장을 한 대규모 시위대들이 미국 위스콘신주청사로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죽은 우리도 권리가 있어’, ‘워커(주지사)한테 뇌가 있다면 내가 먹겠다’ 같은 주지사 비난문구를 직접 만든 피켓에 써 붙였다.

논란은 지난해 11월 선출된 스콧 워커 미국 위스콘신주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예산복구법안(budget repair bill)에서 비롯됐다. 2월11일 발표된 이 법안은 균형예산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담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재정적자는 1억3천7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예산복구법안이 균형예산이 아니라 복지를 악화시키고, 거기에 공공부문노조를 크게 약화시키는 ‘반공무원노조’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발은 거셌다.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월15일부터 보름 동안 주의회 의사당을 점거했고, 지난달에는 시위대가 3만명, 5만명, 7만명으로 횟수를 더할수록 늘어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3일 발표한 ‘국제노동브리프’에서 배효진 미국 베리앤베리 변호사사무소 노동법전문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친노동조합 세력과 반노동조합 세력의 대결”이라고 평가했다. 배효진 변호사는 “워커 주지사는 법안이 균형예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노조가 경제적 이슈에서는 모두 양보할 뜻을 밝혔다”며 “워커 주지사의 법안은 균형예산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위스콘신주 역사상 반복돼 온 대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전문가들은 위스콘신의 예산복구안이 통과되면 노조를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예산복구법안에 따르면 노조는 해마다 선거를 벌여야 하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투표자의 과반수가 아닌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교섭도 제한된다. 노조는 고용조건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없고, 소비자물가상승률 안에서만 임금협상을 할 수 있다. 조합비 월급 공제도 금지된다. 노조를 유지하게 힘들게 하는 조항에, 단체교섭을 제한하는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배 변호사는 “노동계의 관심사가 위스콘신주에 맞춰져 있는 동안 공공부문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약하려는 법안이 다른 주에서도 제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오하이오주 상원이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배 변호사는 “위스콘신의 예산복구법안의 통과 여부가 향후 작게는 미국 공공부문노조의 권리, 크게는 미국 노동운동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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