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달라"는 운동이 번지고 있다. 해고 날벼락을 맞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복직되면서 이 운동은 시작됐다. 최근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임금·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부 대학 노사는 합의를 이뤄 냈다.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이화여대분회와 용역업체는 시급을 최저임금(4천320원)보다 280원 많은 4천600원으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앞서 홍익대분회는 최저임금보다 150원 올리는 것에 합의했는데, 이화여대는 이보다 더 인상했다. 최저임금이 어느새 ‘최고임금’이 돼 버린 현실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물론 임금이 인상됐다 하더라도 월 급여는 100만원이 안 된다.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이 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멀다.

왜 생활임금이어야 할까.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소득분배 구조개선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88년 이 제도가 시행된 이래 꾸준히 최저임금은 인상됐지만 전체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해 노동자 월 평균 정액급여의 37.9% 수준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2.75%)은 같은해 물가상승률(2.9%)에도 못 미쳤다. 사실상 마이너스 인상률이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5.1% 인상됐다곤 하지만 4%대를 넘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1%에 불과하다.

때문에 노동자 간 임금불평등이 심각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상위 10%와 하위 10% 간 시간당 임금격차는 지난해 8월 현재 무려 5.24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임금격차가 큰 미국보다 간극이 더 크다. 2008년 기준으로 OECD 회원 19개국 중 최저임금 수준은 16위를 기록할 정도로 낮다. 낮은 최저임금이라도 적용돼야 하건만 196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 전체 노동자 중 적용 대상자는 13%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2.5%만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월 급여를 75만원밖에 못 받았던 홍익대 청소노동자는 대표적 사례다.

이렇듯 최저임금제도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은 최저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임금도 아니다. 이것이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이어야 하는 이유다. 생활임금운동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94년 12월 볼티모어에서 시작된 생활임금캠페인에는 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회의(AFL-CIO)와 시민·학생단체, 소수민족단체, 교회 등 다양한 사회·종교단체가 참여했다. 이 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이라는 의미 있는 결실을 이뤄 냈다. 생활임금조례에는 ‘지방정부와 거래관계에 있거나 지원을 받는 민간업체는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볼티모어에서 시작된 조례제정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14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조례가 제정됐다.

물론 우리나라 노동계의 요구는 최저임금 인상에만 국한된다. 하지만 기준선이 되는 법정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생활임금이 되기 위해 지자체도 나서고, 이를 위해 다양한 노동·시민단체가 함께 운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나야가야 함은 물론이다. 지자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함께 생활임금을 조례로 제정한다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부 지자체가 외주위탁했던 청소·주차관리원을 직접고용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최근 최저임금연대는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시급을 5천41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급으론 4만3천280원,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론 113만690원이다. 올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최저임금과 대비하면 약 25.5%가 오르는 셈이다.

인상률만 보면 노동계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주요 국가에서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기준선인 최저임금을 올리되 생활임금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조례제정을 통해 최저임금보다 높게 인상한 미국의 생활임금캠페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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