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진통 끝에 지난해 초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하고 올해 7월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추진 주체들은 역풍을 맞았다. 한국노총 임원선거에서 개정 노조법을 비판하고 자존심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됐다. 이른바 ‘추미애 안’을 내 개정 노조법의 원형을 제시한 추미애 전 환경노동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정안 논의는 노동계와 야당에서 시작됐다. 야5당과 양대 노총은 타임오프 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를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7일로 예정된 야5당 노동대책회의에서 개정안 제출시기가 조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불가’ 입장을 되뇌고 있는 반면 노조법을 개정했던 정치권이 재개정 논의에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노조법 재개정은 가능할까. 왜 찬성하고, 왜 반대할까.


“시행되기 전 법 개정, 선례 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정부와 여당은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전에 법을 바꾼 선례가 있다. 지난 96년 정부가 정리해고 도입 등이 포함된 개악된 노동법을 날치기 처리했다가, 이듬해 3월 정리해고제 유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 법을 제정했다. 시행을 하기 전에 제정의 형식을 빌려 개정한 것이다. 법에 독소조항이 명확하다면 시행하기 전에 개정하는 것이 법의 정신에 맞다.
현행 노조법의 전임자임금 관련 조항에 따르면 유급 근로면제시간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노사자율 원칙에 반하고 사례가 없는 법이다. 복수노조 관련 조항은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를 강제로 단일화시키면서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교섭권을 축소시키고 있다. 두 제도 모두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것인데, 오히려 헌법에 반하고 있지 않나. 따라서 시행되기 전에 고치는 것이 노동3권을 보장한 헌법과 노사자율을 원칙으로 하는 노조법 취지에 맞다.


“재개정 논의 자체가 산업현장 혼란 부추겨”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현행 노조법은 13년 동안 시행이 연기됐다가 2009년 12월4일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지난해 1월에서야 어렵게 개정됐다. 노조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노사관계 제도는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됐다. 노사관계 선진화의 디딤돌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지난달 현재 대상기업의 83.6%가 도입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타임오프가 노사합의를 통해 산업현장에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다.
올해 7월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노사 모두 이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그 자체로만 산업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 제도를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면 노사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노동계 주장대로 노조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은 노사관계 제도를 후진적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선진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조속히 연착륙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위헌, 폐지가 당론”
홍영표 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는 폐지하고, 전임자임금을 노사자율로 해야 하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에 대해 교섭권 박탈로 인해 위헌 소지가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게 당론으로 이미 확정돼 있다. 이의 관철을 위해 이번에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다.
다만 그동안 야5당과 양대 노총이 같이 노조법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당초 지난 28일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원래는 2개 의제에 대해 우선 법안을 발의하고 나머지 의제는 절차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잠정 양해가 된 바 있다. 그러나 나머지 6개 의제에 대해서도 모두 조율이 돼야 한다는 진보양당과 민주노총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연기가 됐다. 앞으로 조율할 것이다.
그러나 양대 노총이 모두 타임오프와 창구단일화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면 우선 (민주당이) 발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4월 국회에서 (복수노조 시행을 위한) 노동위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을 같이 내놓고 싸워야 노동위원회법 저지 명분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대 노총과 적극 협의할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 발의 시급”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28일 야5당과 양대 노총이 함께 노조법 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려다 연기된 바 있다. 애초 야5당 노동대책회의는 민주노총이 제기한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타임오프-창구단일화 폐기 및 노사자율은 물론 △산별교섭 법제화 △노조설립 절차 개선 △단체협약 일방해지권 제한 △사용자 개념 확장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 폐지 등이다. 알다시피 손배·가압류, 단협 일방해지 등은 우리나라에서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이명박 정권이 노조를 파트너가 아닌 걸림돌로 여기고 노조 배제정책으로 일관해 온 것은 다 알지 않나.
때문에 기왕 8개 의제를 다같이 논의해 왔으니 이번에 노조법 개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전향적 입장을 취해 주기를 바란다. 노조에 대한 독소조항을 이참에 전면 이슈화하기 위해 야5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야5당과 양대 노총이 한목소리로 노조법 전면개정을 이슈화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다만, 7월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타임오프와 창구단일화로 노동계를 사용자의 손아귀에 쥐어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법 개정안 발의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야5당과 양대 노총이 조율하고 있다.


“전면개정 수용 어렵지만 개정은 필요”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


 

사실 한나라당 내에선 지난 9일 노사관계TF와 한국노총 임원진이 만난 뒤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다. 노동부가 사실상 엠바고를 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현재 노조법 개정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정부는 ‘사회성’이 부족했다. 시민사회·노동과 소통과 대화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경제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사회양극화가 벌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측면에서 노동운동의 조건이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한국노총의 노조법 전면개정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해도 노사관계 균형이 깨진 것은 사실이기에 노조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31일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대표단 간담회가 연기된 이유도 한나라당이 노조법 개정 등에 대해 대책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한국노총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하고 큰 틀에서라도 결과물을 갖고 가야 한다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게 건의했다. 당분간 정부와 청와대의 (노조법 개정 불가라는) 엠바고를 깨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감을 이뤄 내는 것도 중요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