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보도본부에서 영상취재요원(VJ)으로 일하던 김아무개씨는 지난 2007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마자 해고됐다. 회사의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KBS는 김씨를 포함해 12명의 VJ에게 비정규직법 시행에 앞서 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2007년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2년 이상 일한 김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 KBS가 이를 피하기 위해 생각해 낸 편법이었다.

12명 중 10명이 이를 거절하자 KBS는 계약을 종료했다. 김씨 등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노동위원회는 회사에 노동자들을 원직복직시키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KBS가 이에 불복하면서 싸움은 결국 법정으로 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최근 “(VJ들이)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계약종료를 부당해고로 본 원심을 확정했다. 초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영상취재요원들이 카메라를 직접 소유하고 있고 사용자로부터 명시적인 출·퇴근시간 등의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으며 참가인들에 관해 4대 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는데,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본지 2009년 9월1일자 노동사건 따라잡기 참조>

대법원은 “(VJ들이) 정해진 기본급이 없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지도 않았지만 이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한발 더 나갔다. “(이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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