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의 특징은 이재용(李在鎔.33)씨의 등장과 사상 최대규모의 승진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중에서도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삼성전자 상무보 선임은 후계 문제와 관련,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측은 재용씨가 아직 젊다는 점을 들어 후계체제를 거론할 시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실무경험이 없는 그가 경영 전반을 당장 챙길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보다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노련한 전문경영인 밑에서 상당기간 실전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李상무보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는 대로 다음달 중 귀국, 삼성본관 25층사무실로 출근할 예정이다.

◇ 관심 끄는 후계 구도〓재계에선 李상무보가 삼성의 주력사에서 경영수업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후계 구도가 시간을 두고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지분 25.1%)이며, 전자.SDI 등 주력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도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의 첫 근무지인 경영기획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우수 인력과 고급 정보가 집결돼 장단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부서다.

삼성측은 "재용씨가 해외에서 여러 해 동안 국제경영감각을 익혔고 어릴때부터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부친에게서 혹독한 경영. 수신(修身)수업을 해와 경영자의 자질을 갖췄다고 본다" 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에 참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지난 9일 삼성전자 주총에서 드러났듯 재용씨의 등장에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만큼 그가 얼마나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 재용씨는 누구〓서울에서 태어나 청구중. 경복고.서울대 동양사학과를나온 뒤 1995년 일본 게이오(慶應)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최근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박사과정을 마치는등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기업경영을 공부했다. 이런 이력 덕분에 그의영어. 일어 구사와 중국 고문(古文)의 독해 능력은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삼성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성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분야를 새로 개척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재용씨는 지난해부터 국내외를 오가며 e삼성 설립 등 벤처사업에 깊숙이관여한 탓에 관심분야가 e-비즈니스에 치우친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재용씨 개인적으로는 컴퓨터산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게이오대 석사논문 제목은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관한 고찰' 이었고, 미국에서는 반도체. 모니터 등 컴퓨터 연관 산업을 주로 연구했다는 것이다.

한편 李상무보는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 세령씨와의 사이에서 지난해 12월 첫 아들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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