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의 여성노동자가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소에 찾아왔다. 식당에서 일했던 기간 동안 퇴직금을 못 받아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했더니 “근무했던 기간 동안 5명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했음을 증명해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근로감독관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했다.

그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을 현금으로 받았고, 4대 보험 가입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5명 이상 사업장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해도 퇴직하고 난 뒤라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찾아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명부 등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고,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사장에게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근로감독관은 노동자들에게만 증명을 요구했다.

일단 5명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했음을 증명하는 4대 보험 관련 각 공단에 피보험가입자격 확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현장조사를 나갔던 공단 담당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이전 사업체가 폐업처리되고 다른 사업주 명의로 돼 있어 두 여성노동자에게는 4대 보험을 적용하기 어렵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바른말을 하면 잘릴까 봐) 과거에 일했던 사실을 감추고 있어 (사업장) 전체적으로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노동자들에 따르면 실제 사장은 한 명인데 명의만 계속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도 현장조사를 나간 근로감독관은 “여성노동자들이 증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고난 뒤 문제의 사장이 여성노동자 A씨가 일하는 식당에 찾아와 A씨의 머리를 쟁반으로 때렸다. A씨는 임금체불을 당해 상담소를 찾아왔던 2명 중 1명이다. 공단에 피보험가입자격 확인신고를 했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였다.

A씨가 상담소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전화를 했기에 나는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다음날 A씨가 파출소에 가서 폭행 혐의로 사장을 신고했더니, 경찰은 “다음에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112로 신고하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장은 A씨의 집까지 찾아와 진정을 취하할 것을 종용하며 협박하곤 했다. A씨는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식당으로 사장이 계속 찾아와 어쩔 수 없이 노동청에 취하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A씨에게 취하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었다.

또 다른 여성노동자 B씨는 두려웠지만 사건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진정으로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근로감독관이 고소할 것을 제안해 B씨는 사장을 고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사장은 B씨의 집에 낮이고 밤이고 찾아가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에다 발길질하며 사건을 취하하라고 협박했다. 사장은 경찰이 오면 달아났다가, 경찰이 가고 나면 다시 나타나 계속 행패를 부렸다.

노동청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결국 사장은 B씨에게 “사과를 하고, A씨와 B씨에게 각 15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한 다음날 사장은 태도를 바꿔 B씨의 집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B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때렸다.

폭행당한 B씨는 곧바로 경찰서에 사장을 폭행으로 고소했고, 현재 사건은 검찰청에 접수돼 있다. 사장은 형사처벌이 두려워서인지 그제서야 B씨에게 ‘합의하자’고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이런 와중에도 B씨에게 5명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고, B씨는 어쩔 수 없이 물어물어 3개월 일했던 동료 노동자를 참고인으로 내세웠다. 근로감독관은 “3월 말까지 사장을 재조사해 검찰로 송치하겠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가 사장에게 체불임금을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가 오히려 임금체불을 증명해야 하고, 반면에 임금을 체불한 사장은 당당하게 큰소리치고 온갖 편법을 일삼으며 심지어는 노동자에게 폭행까지 저지르고 있다.

노동청에서는 최근 임금체불사건 해결을 위해 민간조정관 제도를 도입하고, 상습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제도개선책을 내놓았다. 이런 제도의 실효성 유무를 따져 보지 않더라도 임금을 체불한 사장을 강력하게 형사처벌하는 방법을 충분히 활용하면 지금보다는 임금체불 실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임금체불을 살인 등 반사회적 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해 더 이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존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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