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성도 실권행사 여부로 판단 '주목'


기업의 매각·인수 협상 기간에 새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을 경우 형식상 새 사용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기간이 2년 미만이라도 파견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는 결정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김정권씨 등 새한렌트카 소속 노동자 7명이 지난 91년부터 일본 미쓰이(삼정·三井)물산의 국내 현지법인인 삼정물산 서울지점에 파견돼 98년 10월 이 지점을 새로 인수한 한국미쓰이물산에서 계속 근무하던 중 지난해 8월 돌연 계약해지된 데 반발, 한국미쓰이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지노위는 피신청인인 한국미쓰이물산(대표이사 오까다 지로)에게 김씨 등을 원직복직하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서울지노위는 명령서에서 "한국미쓰이물산과 서울지점이 동일장소에서 병존하면서 김씨 등을 공동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미쓰이물산이 김씨 등을 사용한 시점은 서울지점이 폐점 절차를 밟던 98년 3월 이전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미쓰이물산이 이들의 계약을 해지한 지난해 8, 9월은 고용관계가 2년을 훌쩍 넘어 이미 정규직원의 고용관계가 성립된 시점이기 때문에 '계약해지'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지노위는 또 △실제 98년 10월께 한국미쓰이물산이 삼정물산 서울지점을 사실상 흡수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서장이 한국미쓰이물산과 서울지점 일을 겸하고 있었으며 △지점 폐지 이후에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은 지점장 등은 한국미쓰이물산으로 근로관계 단절 없이 모두 전적한 점등을 볼 때 두 개의 회사가 별개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지노위의 이번 결정은 최근 파견 노동자의 실 사용자에 대한 판단기준이 논란을 빚고 것과 관련, 설사 이중파견 형식을 취했다해도 실질적인 인사·노무관리 업무와 지시명령권 여부를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당초 한국미쓰이물산쪽은 이번 사건에서 김씨 등이 렌트카회사인 새한렌트카가 인력공급업체인 새한AID로부터 공급받은 뒤 다시 자신들에게 파견한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건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근로관계는 근로계약의 체결여부에 따라 고용종속관계를 판단해야 하지만 고용관계가 다변화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인사·노무관리, 업무의 지시명령에 대한 권리 등의 행위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한국미쓰이물산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한국미쓰이는 이번 지노위 판정에 불복,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이며, 계약해지된 7명을 대신해서 새로운 파견노동자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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