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를 접한 것은 취업박람회에서였다. 면접을 본 뒤 중소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왔다. 하지만 근무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잡일만 시키는 것 같아 그만뒀다. 최근에야 마음에 드는 직장에 들어갔다. 회사 분위기에 압도돼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김씨는 “열심히 해서 인턴이라는 딱지를 벗고 정규직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과연 ‘정규직 되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정규직에 골인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청년인턴제, 청년고용대책 효자?
기업이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인센티브는 다양하다.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를 통해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에는 한 사람당 6개월간 임금의 50%를 80만원까지 지원해 준다. 기업이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추가로 65만원을 6개월간 준다. 여기에 정규직 전환자가 채용한 인턴의 75%를 넘으면 다시 인턴사원을 모집할 권한을 준다. 정규직 전환자가 많을수록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정부는 청년인턴제가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청년취업인턴제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85.5%에 달한다”며 “인턴제가 최종학교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 안착할 수 있는 새로운 입직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탁운영기관의 구인구직 매칭 기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청년취업인턴제 위탁운영기관은 정규직 전환이 많으면 많을수록 추가 혜택을 받는다. 운영기관은 모집과 알선, 지원금 지급업무를 한다. 구직자로부터 인턴신청을 받아 구인기업과 인턴지원협약을 맺고 그 둘을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대신 위탁운영비조로 인턴 1인당 28만원을 받고, 인턴 수료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5만원을 취업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더 받는다.
외형을 보면 정규직 전환은 기업과 위탁업체, 구직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최선의 선택이다. 기업으로서는 비용을 지원받아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고, 구직자는 직장을 구하고, 위탁업체는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블루오션’이다.
제기되는 비판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고용대책 평가’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도 내용은 충격적이다.
“2009년 지원금액은 1천262억6천400만원이고, 지원인원은 3만2천727명이다. 이 중 중도탈락자는 6천752명이며, 2010년 2월 현재 인턴기간 만료자 1만2천646명 중 정규직 전환자는 1만121명이다. 보조금 지급 후 6개월 시점에서 생존율(고용유지율)은 57%를 기록하고 있으며 집행액 대비 정규직 전환자는 1억원당 8명이다.”
보조금 지급 후 6개월 시점, 즉 지원금이 끊기면 고용유지율이 57%로 뚝 떨어지고 재원을 대규모로 투입해도 성과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국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환경노동위원회 예산결사심사소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인턴제도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 후 6개월 뒤의 이직률을 검토해야 하고 사업의 성과평가 없이 성급한 예산 증액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이채필 노동부차관이 “고용유지율이 실제로 82.7% 정도가 되고 특히 6개월이 경과된 뒤에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이 96% 정도로 대단히 높게 나타난다”고 항변했지만 논쟁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노동부 통계에 대한 불신감도 팽배했다. 최근 한 여당 의원의 정책보좌관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 뒤 1년간 고용유지율 통계를 내놓지 않는다”며 “집계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금이 끊긴 뒤 고용을 유지하느냐는 정책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정부 일각에서도 회의론이 인다. 사회통합위원회의 판단이 대표적이다. 사회통합위 세대분과에 구성된 세대 일자리공존 프로젝트소위원회는 지난해 4월 회의에서 중소기업 청년인턴이 채용 뒤에도 여전히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소위는 그 이유로 “자료정리·단순노무 등 전공이나 적성과는 무관한 업무와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행 6개월~1년 정도의 지원보다 2~3년 동안 단계별로 지원금을 운영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는 노동부 고위관계자가 정부위원으로 참석했다.
반론과는 무관하다는 듯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예산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충격을 줄이려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 당시 예산은 985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일반회계로 1천65억5천만원이, 올해는 1천456억원이 편성됐다. 올해 노동부 사업 대부분이 긴축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36.7%를 늘렸으니 파격이라고 할 만하다.
심각한 중도탈락, 감독 안 하나
중소기업 청년인턴과 관련한 예산은 파격적으로 늘었지만 지표는 반대로 악화되고 있다. 청년인턴제 중도탈락자는 2009년 15%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7.5%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인턴채용자는 3만1천545명, 그중 중도에 포기한 인턴이 4천709명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2개월이었다. 2010년에는 3만722명이 인턴십에 참여했는데, 그중 5천367명이 탈락했다. 탈락자의 3분의 2는 단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올해는 3월 현재 5천609명이 인턴에 참여했는데, 인턴기간 만료자수가 7명인 반면 중도탈락자는 벌써 38명에 달한다.
노동부가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탈락자의 84.4%는 중단 사유로 개인사정을 들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19일까지 개인적인 사유로 중도퇴직한 경우에는 인턴 재참여를 제한했지만 개인사정의 상당수가 회사부적응과 업무불만족에 기인한 측면이 많아 재참여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중도탈락 최소화 대책으로 “운영기관의 취업알선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기관에 대한 취업상담과 알선기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위탁운영기관 자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 사업체대표는 “운영기관이 고용센터에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마저도 확인을 귀찮아한다”며 “이 때문에 인턴채용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운영기관은 경제단체와 협동조합·사업주단체를 비롯해 대학과 유·무료직업소개소로 자격이 제한돼 있다. 노동부 고용센터가 이들의 신청을 받으면 선정위원회를 꾸려 선정작업을 벌이게 된다. 올해 사업의 경우 210곳이 응모해 그중 59곳이 탈락했다. 151곳의 대부분은 (지역)상의·경총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노동뉴스> 취재결과 선정된 운영기관 중 일부는 파견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인턴기간이 끝난 뒤 인턴지원금을 받은 기업중 일부가 다시 인턴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노동부가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도 버젓이 올해 다시 청년인턴제를 신청한 곳도 있었다. D정공이나 S산업 등처럼 노동부의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관련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버젓이 올려놓은 기업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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