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58만2천480원.
은행 매각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아름다운 점심 굶기’를 통해 모은 돈이다. 직원들이 점심 한 끼를 굶어 기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지부는 이 돈으로 아름다운 연대를 실천해 왔다.
용역계약이 해지되는 바람에 고용승계 투쟁을 하고 있는 63빌딩 주차·경비용역 노동자들에게 130만원어치의 부식비를 지원했다. 화재사고로 아버지와 동생을 잃고 전신화상을 입은 아연(가명·12)양을 돕기 위한 비영리단체의 자선공연도 도왔다.

지난 23일에는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자동차와 아파트까지 가압류를 당한 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에도 지원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제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 지난달 숨진 쌍용차 노동자의 자녀들, 지난해 12월부터 파업 중인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을 도울 계획이다. 지부 관계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더 도와드릴 분들을 찾아달라고 요청해 놓았다”며 “연락이 오면 계속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지부의 연대는 연일 화제를 뿌렸다. 잔잔한 감동이었다. 자신들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 갈등하고 있는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까지 도왔다. 지부는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소속을 가리지 않고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부가 연대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하나금융으로의 은행 매각반대 운동을 하면서 맞닥뜨린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 때문이었다. "당신들은 배부른 귀족노조라"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배부른 사람들이 돈만 준다”는 눈총을 받을까 봐 “밥을 굶으면서 몸으로 때워” 돈을 모았다고 한다.

보통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들은 일상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노조들은 “평소 연대를 잘했으면 결과가 달랐을 테다" 하면서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부의 한 간부는 “대형노조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다음달 안에는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바람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나은행의 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던져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