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업과 법적책임에 관한 논의구조

지금까지 기존 판례 법리는 이랬다. 파업은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으로 파악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기준에 따라 정당하다고 인정되면 민형사책임을 면한다.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파업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단지 정당성기준에 해당할 때는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을 면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법리구성의 차이에 지나지 않을 뿐 파업에 대한 형사책임의 존부에서는 기존 판례의 논의구조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만약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노조법규정을 가지고 그 해당성을 파악한다면 -실제로 헌법교과서를 보면 노조법상 주체·목적·절차 등을 가지고 단체행동권을 설명하고 있다-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순태 교수는 쟁의행위와 업무방해죄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에서 업무방해죄의 연혁을 살핀 후 파업이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파업이 정당한 것이든 아니든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되고 그래서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히 노무제공을 집단적으로 않는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파업은 부작위이고 위력일 수 없다고 했다. 조경배 교수는 영국의 형사면책법리를 살펴본 후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과 쟁의행의 정당성 법리는 단결금지법리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쟁의행위 특히 파업 자체가 업무방해죄이든 노조법위반이든 처벌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김기덕,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법리의 재구성과 업무방해죄, 노동과 법 제3호, 2002 등). 파업 자체를 처벌하면 그것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것이 아니고 단결금지법리일 뿐이라고 했다.

한편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에 관한 논의도 위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의 논의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논의됐다. 역시 파업 등 쟁의행위는 불법이 되고 단지 쟁의행위의 정당성기준에 해당하면 민사책임을 면한다는 것이 판례의 논의구조였다. 앞에서 형사책임에 관한 논의만큼 적극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쟁의행위의 정당성법리가 외국에서 주로 민사책임에 관한 논의였고 따라서 그 법리는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필자는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이기 때문에 파업 자체는 민사책임을 면해야 하고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기존 논의는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파업 자체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사용자는 임금지급을 면한다. “그러면 됐다”고 해야 비로소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이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취지에 답하는 것이다. 달리 말한다면 헌법이 근로자에게 기본권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함으로써 적어도 단순히 노무제공 않는 파업은 근로자가 책임을 면하는 것이다. 노조법상 쟁의규정은 원칙적으로 행정규제를 위한 것이지 위반시 사용자로부터 책임을 추궁받는 법적 근거규정은 아니라고 해석돼야 한다. 쟁의행위의 정당성기준을 통과해야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이 면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 자체는 아예 책임이 없다. 이와 같이 파업 자체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노사협약에서 정한 절차 등 쟁의협정을 위반한 경우 민사책임을 질 수 있고 이때 바로 노조법을 가지고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살펴 면책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민사면책법리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2. 대법원판결의 논의구조

2006년 3월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한 김영훈 위원장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됐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파업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의 논의구조를 비판해(헌법재판소 2010.4.29. 선고 2009헌바168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 법리를 변경해야 했다.

그래서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에 관한 논란과 헌법재판소의 비판에 대해 대법원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함으로써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중재시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조법을 위반한 파업이어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된 것이므로 당시 철도노조파업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판결은 쟁의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정당성이 인정될 때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을 면한다는 기존 법리를 변경했다. 평화적으로 단순히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행해지지 않는다면, 즉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시기에 행해진다면 더 이상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것이고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김지형 등 대법관 5인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행해지더라도 단순히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소수의견을 밝혔다. 파업은 노무제공을 하지 않는 부작위이고 부진정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는 작위와의 동가치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쟁의행위에 관해 업무방해죄 적용논의에서 김순태 교수 등이 제기했던 논리였고 필자도 이에 동의해 발표한 바 있었다.
 
그런데 위 논의구조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쟁의행위는 ‘위력’이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위력은 쟁의행위 이외의 수많은 업무방해사건에도 문제가 되고 정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례는 위력을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고 판시해왔다. 그렇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 대법원판결은(다수의견)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행해져 …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하는 경우”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던 것이다. 소수의견이 노무제공을 않는 행위이기 때문에 부작위로서 작위의무 등 작위와의 동가치성을 말하며 판례의 위력 개념을 넘어서고자 시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에 관한 의견의 대립은 업무방해죄 구성요건 중 ‘위력’의 해당성을 배제하려는 논의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위 ‘위력’에 관한 논의 외에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서 ‘업무’에 주목해 주장했다. 헌법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기본권으로 보장했으므로 -이 기본권은 무엇보다도 국가로부터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파업시 사용자의 업무는 형법상 보호받아야 할 업무로 볼 수 없다. 헌법은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가 단체행동권을 하게 되면 당연히 방해받게 되는 사용자의 업무는 헌법의 하위에 있는 형법상 보호업무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보지 않고 ‘위력’의 해당성에 관한 논의로만 전개된다면 이번 대법원판결에서의 논란 외에도 파업 외에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결국은 기존 판례의 법리대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요건에 따라서 처벌여부가 좌우되고 만다. 심지어는 파업을 해도 사용자를 상대로 한 파업집회 등을 하게 되면 역시 ‘위력’ 해당성이 문제된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판결의 소수의견이 장차 다수의견으로 된다고 해서 순수 파업 외에 쟁의행위 일반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대할 수 없다.

3. 대법원판결과 노동기본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판결로 파업이 당연하게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게 됐다.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온 관행은 제동이 걸렸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시기에 행해진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쟁의행위에 관한 형사면책법리가 확립되게 된 것이라거나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보장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시기에 행해진 파업이어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우리의 노조법은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에 이르기까지 쟁의행위를 제한, 금지하며 위반시 처벌하고 있다.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원칙적으로 노조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뿐만 아니라 노조법규정을 전제로 요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노조법을 위반한 쟁의행위는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되기 어렵다.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라 파업 등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되면 처벌하지 않았던 것인데 결국 노조법을 위반한 쟁의행위였기 때문에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은 물론 소수의견에 따르더라도 기존 판례와는 노조법 위반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것이냐, 노조법위반으로 처벌할 것이냐의 정도의 차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다.(다만 주체·목적 등 노조법상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기존 판례 법리에서의 정당하지 아니한 단순히 노무제공을 거부한 파업은 형사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러한 파업에 대해는 사용자가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검사는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지 않고 노조법 위반으로 수사해 기소할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노무제공 않는 파업 외에 일정한 행동이 수반되는 쟁의행위에 있어서는 여전히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

이상을 통해서 보면 노조법상 쟁의행위처벌규정을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법리가 확립될 수 있고 그 때에야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는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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