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오는 7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산별노조 교섭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미리 살펴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의 산별노조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법적인 분쟁요소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매일노동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산업별 노조의 실태에 관한 비교법적 분석’에 따르면 보고서는 산별노조 체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9개로 분석, 제시했다. △산별노조 지부와 분회의 의사결정능력·협약체결능력(교섭당사자성)·쟁의행위능력 △산별 단체협약과 지부·분회 단체협약 간의 충돌 △조직형태의 변경 △지부재산에 대한 처분권의 귀속 △산별노조 간부의 사업장 출입권 △쟁의행위에 대한 산별노조의 책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 및 구제 신청권자 △산별노조 활동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 △산별노조와 창구단일화의 관계 등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법원행정처의 의뢰로 이철수 서울대 교수(법학)를 책임연구원으로, 총 8명의 연구자들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31일까지 조사를 진행해 작성했다.

◇산별노조, 법적으로 불완전=보고서는 외형상으로 우리나라 노조의 산별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됐다고 평가했다. 재정적으로 본조에 조합비를 귀속하고, 지부는 재정권한을 위임받아 운영한다는 점과 교섭권이나 협약체결권을 본조가 갖고 지부는 위임을 받아 지부별 교섭을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지부와 지회의 독자성을 놓고 본조와 충돌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들어 “산별노조의 중앙집중화라는 당위성 측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 판례가 지부·분회의 경우 사단적 실체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독립적인 노조로 인정한다”며 “현실적으로 각 산별노조의 지부나 분회가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노조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또 사용자단체의 구성과 운영이 취약하고, 산별협약과 지부협약의 충돌이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체 산업 차원에서 볼 때 산별화가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산업별 특성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지부·분회의 독자적 당사자성을 어떻게 조절하고 어느 정도 고려할 것인지가 최종적인 해결과제”라고 평가했다.

◇복수노조 시대 산별교섭 혼란=지부·분회의 독자적 당사자성은 단체교섭을 놓고 산별노조 본조와 지부 사이에 충돌할 여지를 남긴다. 보고서가 제시한 해법은 단체교섭 당사자성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산별교섭에서 일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부의 단체교섭권을 우선하고 본조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배분·조정한다는 것이다.

반면 보고서는 산별노조 본조가 지부에 단체교섭을 위임하는 경우 단체교섭권의 경합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교섭결과가 산별협약과 충돌할 경우 효력을 놓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봤다. 올해 7월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적용되면 협약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에 따라 기업별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되어 사용자와 기업별협약을 체결하더라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산별협약이 존재하는 경우 두 협약이 경합·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부·분회의 단체교섭 당자성을 놓고 판례와 학계의 주류의견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법원은 지부가 독자적인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대다수 학설은 이를 비판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학계의 주장을 △조합조직의 원리나 대표성의 원칙에 반하고 산별노조의 단체교섭권 형해화 △지부는 독자적인 노조가 아니라 규약상 수권이나 위임에 의해서만 단체교섭 가능 △지부의 조직적 실체성 여부와 지부의 교섭능력 여부는 별개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분란 해결방향에 대해서는 학계와 다른 의견을 냈다. 그 이유로 보고서는 상황논리를 편다. 현재 지부가 교섭당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창구단일화 제도에서 과반수 지위를 획득한 대표노조에 대해서는 지부의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단체교섭 당사자성을 부여토록 한 현행법과 어긋나 법리상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고서 주장대로라면 중앙집권적 유럽식 산별노조로 산별노조운동 방향을 잡고 있는 노동계와 법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여기에 7월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교섭당사자 지위를 놓고 논란도 함께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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