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용률 제고를 위한 선진국 시간제 근로자 실태 연구’ 보고서는 법·제도를 비롯해 사회 제도적인 보호가 없이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할 경우 질 낮은 여성 일자리 양산 정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체협약 적용률을 비롯한 사회적 보호시스템,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확하게 한 법제 유무에 따라 시간제 노동자의 처우가 천양지차로 변하기 때문이다.

◇보호시스템 없으면 일자리 질 낮아=보고서에서 분석한 나라 가운데 사회적 보호 시스템이 미비한 나라는 일본과 미국·캐나다를 들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의사파트’, ‘전임파트’, ‘주부파트’라고 불리는 시간제 노동자가 1984년부터 증가했다. 대부분 파트타임은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남성의 소득이 줄면서 가구소득 감소분을 보완하거나 노동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노력, 산업구조가 서비스화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시간제 노동자가 하는 일은 전일제(정규직)와 유사했다. 2006년의 경우 전체 사업장의 51.9%에서 전일제와 직무와 거의 비슷한 시간제가 존재했다. 보고서는 현재 일본에서 시간제 노동자의 업무는 전일제 보조 같은 단순업무에서 점차 핵심 업무로 옮겨가고 있고, ‘주부파트’에서도 핵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제는 대부분 산업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고, 제조업·소매업·음식업·숙박업에서는 남성의 3배가량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성 시간제와 전일제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커서, 2008년 대기업 시간제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전일제의 37%에 불과했다. 지난 2008년 파트타임 노동법 개정으로 동일업무 불이익 처우 금지를 담았다.

미국과 캐나다는 사실상 자유방임 상태다. 미국은 70~80년대에 시간제 근로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비용 감축 압력 △노동기술의 복합성 △상대적으로 약화된 노동자의 협상력 △노동자의 인구 구성 변화를 들었다. 미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은 시간제가 대부분 젊은 층과 은퇴 직전 노인층이라는 것이다. 물론 시간제 비중은 여성이 더 높지만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는 남성이 더 높았다. 시간당 임금은 전일제 노동자에 비해 시간제 노동자가 낮았다. 미국에서 시간제 보호법제는 없다.

캐나다도 여성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시간제 근로가 제시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보호법제가 없다. 시간제는 대부분 임시일용직이다. 관리직 시간제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했다. 2004년 기준으로 상용직 가운데 시간제 비중은 14% 미만이었지만 저임금 임시일용직 가운데 시간제 비중은 70%에 이른다는 조사가 이런 실상을 대변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핵심=네덜란드는 시간제 비중이 37%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지난 83년부터 2000년 사이에 일자리가 매년 2%씩 증가했는데 그중 75%가 시간제 일자리였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75년 33%에서 2000년 63%로 증가했다. 일자리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둔 정부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사회보험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연금시스템으로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강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남성과 고숙련 직종에서도 시간제 근로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비중이 낮고 전일제와 시간제의 임금 격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95년 노동시간법 제정 뒤 꾸준한 법제정비가 이어져 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스웨덴도 시간제 노동자들이 직업안정성이나 사회적 혜택에서 전일제 노동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2009년 현재 시간제 노동자 비중은 21%로, 여성의 32%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여성은 서비스업, 특히 소매업에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의 시간제 노동자는 3중 보호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 지침과 노동법제, 단체협약이 그것이다.

영국은 이들 두 나라에 비해 보호법제가 부족하다. 노동시장 규제완화와 노조의 영향력 약화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보호법제는 90년 노동당 집권 이후에 마련됐지만 최근까지 노동시간 규제가 없어 주당 50시간 이상에 이르는 시간제도 존재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시간제는 유럽 국가에 비해 ‘더 나쁜 일자리’라고 했다. 여성 시간제의 3분의 1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였고, 10시간 이하 여성 시간제도 양산됐다. 전일제 대비 시간제의 상대적 임금은 97년 61%에서 2009년 63%로 상승했지만 전일제에 비해 최저임금 일자리가 2배 더 많았다. 시간제 보호법제는 영국 노동당이 2000년 도입한 유럽연합 지침으로 차별금지와 동등 대우를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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