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을 해고하기 위해 위장폐업한 뒤 새 회사를 설립했다면 해고자에게 부당해고로 인한 임금손실분은 물론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재판장 전수안)는 지난 10일 위장폐업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로 인해 손해를 본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한 부산고법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다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2004년 초 폐업신고하고 곧바로 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해고된 파업노동자들은 사실상 같은 회사인 신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부산고법은 2009년 "해고 노동자들과 옛 회사 사이에 여전히 근로관계가 존속되고 있기 때문에 (신설기업) 사용자에게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어 임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또 부산고법은 위장폐업 뒤 다른 회사를 세운 2004년 1월 해고노동자들이 위장폐업 사실을 알았고, 바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소멸시효를 넘겼기 때문에 청구권이 사라졌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산고법의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대법원은 “노동자들로서는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가 무효라는 이유로 이전 회사와 동일한 신설회사에 계속 근무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며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어느 쪽의 청구권이라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위장폐업의 경우 옛 회사와 신설회사가 형식적으로 법인격을 달리해 노동자들이 신설했다는 것만 가지고 위장폐업한 것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위장폐업한 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해고 노동자들이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이 언제인지를 더 심리한 뒤에 소멸시효를 판단해야 한다”며 “(고법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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