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터무니없이 낮게 잡아 놓고 그걸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건 불공평한 것 아닙니까.”

지난 8일 오전 연세대에서 만난 한 청소노동자는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세대·고려대·고려대병원·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가 3개 학교 9개 용역업체와의 교섭에서 요구한 시급은 법정 최저임금(4천320원)이 아닌 5천180원이었다. 5천180원은 한국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생활임금’으로 불린다. 하지만 용역업체들은 법정 최저임금을 고수했고, 교섭은 결렬됐다. 교섭 과정에서 일부 용역업체들은 최근 홍익대에서 타결한 시급 4천450원까지 받아들이자는 의견을 냈는데, 이에 반발하는 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3개 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월 80만원에서 90만원 사이다. 이화여대에는 파트타임까지 있어 하루 4시간만 일하고 5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 청소노동자들도 있다. 민주노총이 올해 요구한 비정규직 평균임금은 155만1천원(시급기준 7천421원)이다. 현재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비정규직 평균임금 요구안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용역업체들을 상대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아무리 개선하라고 요구해도 한계가 있다. 영세업체가 많고 대부분 대학과 최저낙찰제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사용주인 대학이 나서지 않는 한 청소노동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이유다.

3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8일 고려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수익사업체도 아니고 (임금을) 한없이 올려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청소노동자들은 임금을 한없이 올려 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리고 학교가 수익사업체는 아니지만 돈이 없지도 않다.

지난달 1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립대학 용도별 적립금 현황’을 보면 2009년 결산기준으로 우리나라 149개 4년제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6조9천493억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이화여대는 6천280억원으로 1위, 연세대는 3천907억원으로 3위, 고려대는 2천305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3개 대학의 누적적립금만 합쳐도 전체의 약 18%에 달하는 1조2천492억원에 달한다. 돈이 없어서인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관심이 없거나 의지가 없어서인지는 학교 당국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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