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이윤공유제 도입 제안이 이슈다. 정운찬 위원장이 이야기한 이윤공유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기 위해 대기업이 획득한 이윤 중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 주자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의 요지는 대기업의 큰 이윤은 단순히 하청 업체를 수탈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상품의 개발과 판매에 따른 위험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당한 이윤이라는 것이며 이에 대한 규제는 시장 법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등에서 주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윤공유제에 대한 찬성 입장의 요지는 이윤공유제가 불공정원하청 거래를 개선시킬 수 있고, 90%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향상시켜 노동조건 개선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얼마 전 정책 논평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위의 찬반 주장 모두 문제가 있다. 반시장적이라는 근거로 이윤공유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작 재벌대기업들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벌이는 다양한 반시장적 작태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에서부터 발주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위법행위는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익히 알려진 바다. 이들의 ‘시장의 완벽함’에 대한 종교적 믿음은 ‘믿음’이라고 이해한다고 쳐도,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시장질서에 대해서조차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윤공유제를 찬성하는 입장 역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이윤공유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대기업들의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부조리한 수탈 문제를 대기업들의 호혜적 ‘공유’ 문제로 바꿔 놓기 때문에 사실상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말해 하청 기업을 더 수탈해 그중 일부를 이윤 공유라는 명목으로 내놓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청 중소기업이 이윤을 조금만 더 내도 당장 납품단가 인하 압력부터 내려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더 큰 문제점은 중소기업이 이윤을 좀 더 낸다고 해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공단의 노동현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중소기업들과 파견업체들은 공단에서 사실상 담합을 통해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에 묶어 둔다.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단에서 그나마 돈을 조금 번다는 기업도 모두 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한다. 그래서 공단 지역 노동자들이 일할 기업을 찾을 때 보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이 아니라 잔업시간이다. 공단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직 잔업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설사 이윤공유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조금 나아진다고 가정해도 이들 기업들이 굳이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를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

한편 이윤공유제가 실시된다면 이윤의 공유보다는 노동자 간 생산성 경쟁을 부추겨 노동강도 강화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이윤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는 브라질 헤센데 지역의 폭스바겐 공단 사례가 정확히 그러했다. 폭스바겐의 헤센데 공장은 모듈 컨소시엄이라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6~7개 중소기업들이 폭스바겐 버스에 들어가는 모듈을 만들어 조립까지 끝낸다. 그리고 모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폭스바겐의 이윤을 공유한다. 원청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부터 컨소시엄 참여 중소기업까지 모두 함께 이윤을 나누니 이윤공유제의 가장 발달된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센데 공단의 노동조건은 최악이다. 우선 이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이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이윤을 크게 배당받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기업이 정규직을 고용해 노동비용을 높이면, 모든 기업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노동강도 역시 인근지역에 비해 세기로 유명하다. 한 기업이 노동강도를 높이면 모든 기업들이 함께 노동강도를 높여 생산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기업이라도 노동강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모든 기업의 생산성이 저하돼 버린다. 기업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 대부분을 성과급제로 운영한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의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 경쟁을 펼치게 된다.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강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성과급이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업은커녕 노조를 만들기도 힘들다

브라질 헤센데 공단에서 이윤공유제의 결론은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내몰기 위한 협조 정책이었던 셈이다.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을 볼 때 한국 역시 위와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기업의 지불능력 관점에서 접근하기 이전에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아봐야 할 것이다. 결국 대기업들의 수탈이 최종적으로 가는 곳은 바로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이다. 이들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의 하한선이 제도적·사회적으로 상향조정돼야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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