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피고 조합원(2명)는 ○○자동차 생산직 직원이다. ○○자동차 **공장의 조립3부에는 15개의 반이 있고, 그 중 **3B반에는 48명의 근로자가 있으며, **3부의 지원반(결근 등의 사정으로 가동인원이 부족할 때 해당 근로자를 대체해 작업하는 여유인원)은 총 46명으로 주간 26명, 야간 20명이 편성돼 있다.

관리자인 **3부 주임은 2009.6.19. 15시경 서울 여의도에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파업 지지를 위한 ‘금속노조 전 조합원 집결투쟁’ 집회 개최가 예정된 것을 알고 조퇴신청을 제한하도록 각 반장에게 지시했고,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에서 배포한 소식지를 보고 위 집회 개최사실을 알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조퇴신청을 했다. 같은 날 **B반 반장은 피고 조합원 등 조퇴신청자 7명에게 모두 조퇴하면 인원부족으로 라인 가동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조퇴신청 철회를 요청해 이 중 1명은 조퇴신청을 철회했으나 6명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B반 반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경부터 조퇴신청을 한 3명의 조퇴는 승인했으나, 오후 12시30분경부터 조퇴신청자들에게는 조퇴승인을 거부하고 계속 근무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피고 조합원들은 12시30분경 회사 승인 없이 조퇴했고, 같은 날 오후 1시30분경 **3B반 라인이 중단됐다. 회사측은 **3부의 다른 라인에 투입됐던 지원반 인원을 **B반에 투입해 같은 날 오후 3시5분경부터 다시 라인을 가동했다.(피고인들은 노동조합의 평조합원에 불과하고 회사에서 맡은 업무도 다른 사람이 대체해 작업하는 것이 가능)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해 “무단으로 작업장을 이탈하는 위력을 행사해 생산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무단조퇴(단순한 노무제공의무 불이행)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Ⅱ. 쟁점정리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는 달리 단순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업무방해죄 등 범죄행위로 처벌하는 법리가 판례의 법리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실상 업무방해죄 자체가 연혁적으로 노동운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법원이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즉, 대상판례와 같은 사건은 ‘기소’조차 돼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상판례를 통해 ①대법원의 입장-단순한 노무제공거부 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법리, ②무단조퇴 등 단순한 노무제공의무의 불이행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③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실태 및 문제점 등을 살펴보자.

Ⅲ. 판결의 의미

1. 대법원 입장 - 단순 노무제공거부 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법리

판례는 일관되게 단순한 노무제공의 거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면서 위력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정도에 이르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폭력이나 기물파괴 등의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단순히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경우에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는 예가 허다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등 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즉 ‘위력’은 범인의 위세, 사람수 및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의 현존으로 충분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됐느냐는 묻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를 보면, 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해는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 조퇴·월차휴가 사용 등 준법투쟁, 피케팅, 직장점거, 파업에 이르기까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1)

2. 무단조퇴 등 단순한 노무제공의무의 불이행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방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쟁의행위 등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대부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문제삼고 있다.
대법원은 “노무제공거부의 경우 쟁의행위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다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 연락하에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하거나 결근하는 등 노무제공을 거부함으로써 회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 경우에는 이를 다중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3)고 보고 있다. 즉 “다수 근로자들의 집단적 행위의 경우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 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판례의 경우 회사에서 차지하는 임무나 작업내용, 작업비중 등 대체가 가능한 업무이고, 각자 판단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를 하거나 결근해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이 아니므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3.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실태 및 문제점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동사건에서 형벌적용실태조사 보고서(2007년)’에 의하면,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쟁의행위 유형별 분석에 의하면 행위의 건수가 2천980건, 인원수 즉 피고인의 수가 2천20명이고 무죄인원수, 즉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의 수가 23명으로 조사됐다.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피고인의 무죄율은 1.1%에 불과하다. 전체 쟁의행위 유형 중 파업, 태업, 준법투쟁 등 평화적인 쟁의행위 유형은 1천465건으로 49.2%를 차지하고, 분류된 행위유형에 포섭하지 못해 기타로 분류한 449건을 제외하고 산정하면 57.9%를 점한다. 평화적인 쟁의행위에 포함되지 못한 점거와 피케팅의 경우 반드시 폭력행사가 따른다고 볼 것은 아니어서 이를 평화적인 쟁의행위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점거와 피케팅 중 일부도 평화적인 쟁의행위로 파악되는 경우라면 위에서 산정한 평화적인 쟁의행위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타로 분류된 것이 평화적인 쟁의행위에서 모두 제외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쟁의행위의 유형에서 평화적인 쟁의행위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평화적인 쟁의행위는 거의 단순한 노무제공의 거부 내지 해태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인원의 1.1%만이 무죄가 선고된 것이므로 단순한 노무제공의 거부 내지 해태에 지나지 않는 행위들 거의 대부분이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3)

쟁의행위 등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대부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형법의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결과이다. 또한 노동기본권 중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해서는 엄격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춰야만 한다. 쟁의행위 중 폭력, 파괴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노무제공거부에 대해 범죄행위로 형사처벌이 남용된다는 것은 종국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Ⅳ. 맺음말

대상판례는 피고 조합원들의 무단조퇴 행위를 개별적 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했던 것으로 기존의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법원이 폭넓게 단순한 노무제공거부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판례의 입장을 변경해야 한다. 더불어 입법적으로 위력 업무방해죄의 폐지 또는 개정, 노조법상의 형사처벌 규정의 전면적 삭제, 쟁의행위에 대한 규제와 절차에 관한 노조법 규정의 전면적 삭제 또는 개정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와 대응이 단순히 입장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각 사례에 대한 법률투쟁은 물론 노동조합, 법률단체 등 제 단체의 법개정을 위한 대응이 더욱 강력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각주]
1) 대법원 2001.9.28. 선고 2001도4335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1991.1.29. 선고 90도2852
3)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방해죄와 노동인권 정책토론회」 2010.1.21. p.21~22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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