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측은 경영개선과 물량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사주측은 경영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습니까. 파트너인 근로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쓴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수주물량을 단 한 건도 확보하지 못한 건지 일부러 안하는 건지, 과연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 걸까요.”

3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지역구로 둔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전 국회의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발언내용이나 수위는 이례적으로 세고, 높았다. 큰 줄거리는 한진중을 탓하는 내용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한진중 사측을 만나 대화를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태는 진정되기는커녕 끝 모르게 악화되고 있다.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노조간부 192명을 고소하고, 해고자에게 사원아파트를 비우라고 통보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직 국회의장의 말도 무시당한 게 분명하다. 김 전 의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쯤 되면 야5당 의원들이 몰려가 농성을 하네 마네 하면서 으르고, 때로는 면담하며 달래도 꿈쩍 않던 이유가 밝혀진다.

문제는 정부다. 김 전 의장은 “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검찰이 직접 나서 한진중의 진실을 밝힐 때”라며 “사주와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3일 고용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보낸 현황자료에서 한진중 사태에 대해 “해고근로자의 생계안정과 재취업 지원대책 마련하겠다”며 “생산시설 불법점거 행위 예방노력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정리해고 이후 고용센터에 전담창구를 만들어 전직을 지원하고 있다. 직업훈련과 재취업 알선이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등 6개 조선사 부서장을 불러 간담회를 열어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을 취업시켜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회사가 물량을 해외이전지로 빼돌리고 있다는 문제제기에는 애써 모른 척하는 분위기다.

노동부는 정리해고의 정당성 문제는 법정에서 옳고 그름을 다투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회사의 경영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정리해고한 것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모양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40미터 높이의 지브크레인에 올라 목숨을 건 농성을 벌인 지 두 달이 다돼 간다. 대화를 거부당한 노조 지도부도 타워크레인에 올라 있다. 그들에게서 고 김주익 전 지회장의 환영을 보고 몸서리치는 이들도 있다. 이미 정리해고 뒤 십수 명이 생을 등진 쌍용자동차의 비극은 진행형이다. 이제 노동부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옥쇄파업이 아니라 이들의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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