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판결의 과정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최병승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원고인 최병승은 2005년 2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사내하청업체에서 해고돼 노동위원회에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구제신청이 사용자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그리고 서울행정법원과 환송 전 서울고등법원은 노동위원회의 이러한 판정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가 제기한 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사내하청업체로부터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를 파견 받아 사용한 것이고, 따라서 사용한 지 2년이 경과한 근로자들은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현대자동차가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원고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이와 같이 대법원으로부터 환송된 사건을 다시 심리한 끝에 선고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업체로부터 원고와 같은 근로자들을 파견 받아 사용해 온 것이고, 따라서 사용한 지 2년이 경과한 근로자들은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해야 하므로 현대자동차가 원고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서울고등법원은 다시 심리를 진행한 끝에,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받아들이고, 나아가 현대자동차가 원고를 해고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도 판단했다.
원고는 2005년 2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로부터 해고처분을 받았고, 현대자동차는 원고에 대해 출입금지조치를 취했다.
현대자동차측은 환송심 심리 과정에서 설사 현대자동차와 원고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현대자동차가 원고를 해고 처분한 사실은 없으므로 원고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은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환송심 판결에서 “‘해고’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관계를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시키는 것을 말하고, 이러한 해고는 명시적 의사표시의 방법뿐만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의 방법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원고가 사내하청업체에 의해 해고되자 원고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원고와의 근로관계 성립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특히 “현대자동차는 원고와 사이의 근로관계가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성립했음에도 이를 부정하면서 원고의 참가인 사업장 출입 자체를 봉쇄해 원고 제공의 노무 수령을 분명히 거절했다”며 “(현대자동차가) 원고에게 근로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해 원고를 해고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환송심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더해 현대자동차가 원고를 해고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판단해 인정한 것이다.

판결의 의미와 전망

원고가 속한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현재는 폐업함)의 근로자들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자동차조립공정을 수행하는 의장공정에서 근무했다. 고등법원은 예성기업의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 이들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업무지휘, 현대자동차와 예성기업의 관계 등에 비추어 현대자동차와 예성기업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자파견의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최소한 원고와 같이 현대자동차의 의장공정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이번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장공정 이외의 공정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경우는 의장공정을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와 다른 부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업무지휘 양태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측은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자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측이 상고한다면 이 사건은 또 다시 대법원의 상고심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와 현대자동차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는 유니언숍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원고 최병승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적용받는 2004년 무렵부터 이미 현대자동차지부의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것이 된다. 그리고 위 단체협약은 또한 회사의 해고가 법원에 의해 부당해고로 판명됐을 경우에는 상소하더라도 바로 원직복직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법원이 원고 최병승에게 승소 판결을 했으므로 이후 상고 여부와 관계없이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일단 원고를 복직시켜야 할 것이다. 과연 현대자동차가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 최병승을 정규직 근로자로 복직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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