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기구들이 발표한 한국 여성 근로자들의 현주소는 너무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여성들이 지난 5년 동안 국회의원 고위공직 기업간부 등 3개 분야에 진출한 비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 2000’ 보고서는 경제적 정치적 참여와 의사 결정 등 핵심 분야의 성평등 관계를 계량화한 성권한척도(GEM)에서 조사대상 70개국 중 한국을 63위로 평가했다. 종교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으니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특히 우리의 여성 근로자들은 임금, 고용의 안정성, 복리후생, 승진 기회, 휴일휴가 등에서 남성 근로자에 비해 현격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36.8%가 여성이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떨어진다. 여성 과장은 4.8%, 여성 부장은 2.7%, 여성 임원은 4.3%이다. 대기업에서도 여성 근로자들은 핵심 업무에 배치되거나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볼 기회가 적어 공채 동기 남성들에 비해 승진이 늦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은 여성 차별을 금지하고 부당한 대우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법조문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법조항만 바뀌었을 뿐 남녀차별을 당연시하는 남성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는 여성 근로자들의 근무 의욕을 저하시킨다. 노동의 질보다는 양으로 고과하는 풍토, 직장 업무의 연장으로 치부되는 회식 문화, 성희롱 등이 남성우위 직장문화의 산물이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늘어났다. 서비스 판매직의 비정규직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 여성 근로자의 70.5%가 임시직 일용직 등으로 일한다. 동일한 가치를 지닌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이 보장되는 것이 당연하다. 여성이라고 해서 고용 형태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들이 부당한 대우에 대해 항의하면 해고 위협을 받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한다. 노동 당국의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여성의 권리를 적극 증진한 나라에서는 부패가 감소하고 경제가 성장했다는 세계은행의 보고서가 있다. 한국 사회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은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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