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역삼동 도미노피자 본사 앞에서 '30분 배달제' 폐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 전달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청년유니온·서비스연맹은 30분 배달제 폐지에 동의하는 네티즌들의 요구를 담아 도미노 피자 본사 관계자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주요 요구는 30분 배달제 폐지와 배달노동자 안전보장, 필요한 보호구 지급이었다.
피자헛 노동조합이나 배달노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30분 배달제로 인한 압박은 위험한 운전행위를 하는 원인이 되며, 보호장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사고시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30분 배달제 폐지 운동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다음 아고라 등의 공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성숙된 소비자의식이 확인됐다.

소비자들이 빠른 배달보다 안전한 배달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피자회사들의 정책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소식이 벌써 들려오고 있다. 피자헛은 2월1일자로 챔스라는 내부평가 시스템에서 배달속도에 대한 평가항목을 삭제했다고 한다. 도미노피자도 30분 배달제를 유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이미 18년 전 도미노피자가 시작된 미국에서 30분 배달제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배달속도 경쟁이 사고를 불러일으켰다는 사회적 비난 때문에 말이다.

이번 일은 당연히 청소년이나 청년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자세전환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특히 교통사고 산업재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표1>은 2008년 발생한 사고성재해 및 사고성재해에 의한 사망재해를 재해유형별로 분류한 것이다. 전체 재해에서는 전도(넘어짐)·추락·협착의 순으로 재해가 많이 발생했지만, 사망자에서는 추락이 32.3 %였고 교통사고가 19.8%였다. 즉 추락과 교통사고가 전체 사고성 사망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추락에 비해 교통사고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오히려 교통사고는 재해자 본인의 부주의 탓으로 원인이 돌려졌고,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강제하는 정책개발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 심하게 표현한다면 지금까지 교통사고 산재는 노동부 내에서 행사 중 재해와 유사한 취급을 받아 왔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체육행사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진 것과 교통사고 산재를 동일하게 본다는 것은 정부가 교통사고와 관련한 예방정책 개발과 사업주 책임 강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예방은 젊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핵심정책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24세 이하 노동자를 젊은노동자(young workers)로 구분한다. 그들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으며, 숙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런데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4세 이하 젊은 노동자는 사망자의 50%가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었다.

30분 배달제와 같은 배달속도 경쟁과 배달 중 발생한 문제를 노동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기업문화, 부적절하고 부족한 안전장구 같은 문제가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노동부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배달속도 경쟁을 자제하자는 대국민 캠페인에 앞서 사업주의 책임을 일깨우고 기업의 문화를 개선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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