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씨의 본격적인 경영수업 돌입으로 삼성 경영권 세습에 대한 논란이불붙을 전망이다. 그렇다. 경영능력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능력을검증받지 않는 사람이 무리하게 나서면 국민경제가 망가진다. 또 그룹총수를꿈꾸며 능력을 연마해온 꿈나무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준다. 사회적으로도 '누군아버지 잘 만나서' 식의 비아냥과 냉소가 팽배한다.

적법한 세금을 내고 제 아버지한테 주식을 증여, 상속받아 이뤄지는 경영권세습은 법이 보장한다. 하지만 삼성 세습사안은 경우가 다르다. 재용씨는 이미삼성그룹의 명실상부한 지배주주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갈아치울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재용씨가 지배주주가 된 경위다. 흔히들 세금을안 낸 게 문제 아니냐고 하는데 착각이고 오해다. 만약 아버지 이회장의보유재산을 증여세 없이 물려받았다면 증여세 추징이 해법이다. 그러나 재용씨의경우 아버지한테서는 95년말께 장부상으로 60억원을 증여받았을 뿐 그밖에는싸구려 주식 하나도 물려받은 게 없다. 더욱이 16억원을 증여세로 냈으니 이부분은 문제가 없다.

삼성은 재용씨가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던 지난 4년간, 자금출처가 확인된나머지 44억원의 종자돈을 밑천삼아 재용씨에게 그룹 '황제주'를 안겨줬다. 44억원의 장부금액을 불과 4년만에 무려 4조원대의 주식자산으로 뻥튀기한 이전무후무한 연금술의 비결은 핵심 계열사들의 주식을 헐값에 무더기로 특혜발행한데 있다. 주식회사는 누구에게도 주식을 헐값에 발행할 이유가 없다. 총수의아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요컨대 재용씨는 아버지의 재산이 아니라 아버지의권력으로 계열사 가치를 넘겨받아 그룹 황제로 탈바꿈했다.

법적으로 볼 때, 이건희 회장의 대물림 의지에 따라 재용씨를 상대로지배지분을 헐값 발행해준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지시를받고 회계분식에 앞장선 대우 계열사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와 주주에 대해배임죄를 저지른 것이다. 당연히 삼성 경영권 세습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주식헐값 발행에 관여한 당사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