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경영권 2세, 3세 상속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인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외국기업들은 대부분 설령 대주주 오너가 있더라도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종종 창업주의 자손들에의한 경영권 상속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창업주의 자손이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경영권을물려받는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또 오너의 지분률이 전체의 50%이상이 될 만큼 커서 경영권을 자손이나 가족에게 물려준 뒤 경영성과가나빠지더라도 나머지 주주들의 피해가 우리의 경우 만큼 심각하지는 않으며, 이나마 가족경영을 하는 외국기업들은 상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경영권 세습에 따른 폐해 역시 우리처럼 크지 않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창업주인 헨리 포드에서 포드2세를 거쳐 현재 4대째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가 이사회 의장으로 앉아있다. 그러나 그는 이 기업에서 평직원을 거쳐 임원까지 오른 전문경영인인데다, 합리적의사결정 구조를 자랑하는 미국식 이사회와 주총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경우에해당한다. 미국 최대기업 중 하나인 지엠(GM), 모토롤라, 스웨덴의 재벌기업인왈렌버그나 독일의 화학계열 기업 헨켈 등도 창업주가 경영권을 대물림한 적이있지만 경영권을 상속받은 2, 3세는 전문경영인으로 인정을 받은 인물이며, 이들에의한 경영도 잠시 동안에 그쳤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독일의 맥주회사 부쉬는현재 5대째 경영권 상속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 기업은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되지않은 회사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에서 역시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가 경영일선에서 물러선뒤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자에 영입돼있다. 일본 3대 재벌로 불리는 미쓰이, 쓰미토모, 미쓰비시 모두 창업주의 2, 3세는 모두 주주로만 올라있을 뿐 경영에는관여하지 않고 있다. 홍콩의 최대 부동산 재벌인 리카신 그룹의 경우 두 아들이별도의 기업을 세워 독립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조명현 교수(경영대)는 “외국기업의 경우에서 보듯이 2세, 3세 경영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불과 10% 정도의지분만 갖고 있는 오너의 자손이 전문경영인으로 검증받지도 않은 채 기업을물려받으려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준기교수(국제학대학원)는 “70년대 이후 대부분 외국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굳혀가는 것은 경영세습에 의한 사업 실패 때 입을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이려는 합리적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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