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노동조합에서 올해 임금투쟁을 위한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워 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실질임금이 감소했기 때문에 올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큰 폭의 물가인상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 체감도는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라고 하니 임금 동결·삭감을 경험했던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박탈감은 더욱 심하다. 법정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교섭력 없기 때문에 경제위기에는 큰 임금 감소를, 회복기에는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을 얻는다. 98년 외환위기, 2001년 IT버블 위기 이후 중위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고, 지난 2년간 경제위기 역시 저임금 노동자에게 가혹한 임금 하락을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로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시기에 임금의 하한선을 시장 외적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연방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데 이어 2011년까지 31% 이상 추가 인상하기로 했고, 유럽의회는 유럽 차원의 최저임금을 정해 국가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위기를 빌미로 한 임금 덤핑 경쟁을 규제할 방안을 찾기로 결의했다. 또한 유럽의회 내 최저임금의 평균임금 대비 60% 달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유럽 각국들도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대부분 실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 정부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 진작이 웬만한 경기부양책보다도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는 최저임금을 시급 1달러 인상할 경우 분기당 800달러 이상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을 인하하는 것은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 감소, 생산 감소의 악순환을 강화시켜 오히려 대공황과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경제연구소는 최저임금 인상을 '스텔스 경기부양책'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난해 법정 실질 최저임금은 오히려 -0.1%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경제성장률이 6.1%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장에 대한 상대적 하락 폭이 유례없이 큰 셈이다. 그리고 올해 최저임금 역시 지난해에 비해 5.1% 상승하기는 했지만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감안하면 실질인상분은 1%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면 올해 역시 상대적 하락 폭이 작지 않다. 분배적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와 같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실질적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낮은 최저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은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수는 전체 노동자의 13%에 달했는데, 이 중 11.5%에 해당하는 196만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당국조차 관리·감독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웃 일본의 법정 최저임금 미만율이 1%대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제도가 얼마나 엉망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올해 상반기 핵심사업 과제로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 임투’라고 부르며 큰 의미부여를 해 왔지만 그만큼의 실천을 벌이지는 못했다.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올해는 예전과 다른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벌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이 올해 ‘국민임투’를 제대로 조직하기 위해 우선 생각해 볼 것은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들이 함께 최저임금 인상투쟁에 동참하는 방법이다.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가 많은 민주노총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여전히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조직 노동자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정책적 매개를 만든다는 점에서 민주노총 임금요구액과 최저임금 인상요구액을 동일액수로 제시해 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인상액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라는 정률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정률제 방식은 사실상 임금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아무리 열심히 올려도 평균의 절반수준이다), 조직 노동자의 임금 요구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요구를 분리해 생각하게 만드는 한계도 존재한다.

‘국민임투’다운 투쟁 방식으로 전 노동자의 동일액수 임금인상이라는 임금투쟁의 새로운 프레임을 생각해 볼 만하다. 물론 조직 노동자들의 공동임투(예전에 춘투라 불렀던)도 조직하기 힘든 현재 노동운동 현실에서 이는 현실화하기 힘든 정책일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투쟁을 만들기 위해 최저임금투쟁을 생각하는 노동운동의 일반적 관념부터 조금씩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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