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3권의 근간을 흔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전적 이익에 도취된 일부 법률가들의 그릇된 법률자문에 편승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있는 한국동서발전주식회사의 한 사업소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발전노조 와해 계획을 담은 문건이 공개돼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조합원들에 대한 성향을 분석해 배(찬성), 사과(중립), 토마토(반대)로 분류해 회유하도록 하고, 투표함의 사전 개봉을 시도하고, 사장이 나서서 민주노총 탈퇴가 기업 가치를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하면서 기업별 노조(발전노조는 회사에 의해 주도되는 어용노조라고 주장)로의 전환에 관리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동서발전을 비롯한 발전회사들은 과거에도 파업 복귀 이후 조합원들에게 서약서를 강요하고 성향을 분류해 행동을 감시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인권단체와 법률가들의 진상조사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쟁의행위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최근까지도 제기됐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교묘하게, 심지어 대담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의 심판은 너무나 미흡해 부당노동행위가 노동법 교과서에서나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판결도 사용자의 대담한 각종 부당노동행위들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2. 사건의 개요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비정규지회(노동조합)를 결성해 사내하청업체들에게 공동교섭 방식의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내하청업체들은 단체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이에 노동조합이 조정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결의하자 사내하청업체들은 개별교섭 방식을 주장하면서 노동조합의 공동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하청업체들은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개별면담을 실시해 노동자들에게 집회 참석 여부나 회사와 노동조합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인지를 물어 이름이 들어간 설문지 형태의 문서(일명 개인성향분석표)에 표시하도록 요구했다. 또 관리자들이 파업집회에 참여하려는 조합원들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노무제공을 거부한 행위가 무단조퇴 및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징계를 했다. 또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입장이 담긴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참여자 모두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징계하겠다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3. 이번 판결의 시사점

(1) 조정절차 이전의 실질적인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는 조정절차를 거치기 이전에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부분적 쟁의행위를 했으므로 쟁의행위는 목적․절차․방법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용자들의 행위(개인성향분석표, 회사의 성명서에 서명 요구)가 당시 이루어진 근로자들의 위법한 쟁의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의 가입 자체, 노동조합 활동의 참여 자체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비록 위 기간 동안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쟁의행위를 했고 그 쟁의행위가 일부 절차적 정당성 및 방법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사용자들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 교섭방식과 쟁의행위의 목적에 대해

조정절차를 거친 쟁의행위와 관련해 교섭방식 및 쟁의행위의 목적에 대한 사용자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교섭방식에는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므로 노동조합이 노동쟁의를 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측에 집단교섭의 방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노동조합이 하청업체들에게 집단교섭 방식의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하청업체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단체교섭 자체에 임하지 않았으므로 집단교섭 방식의 단체교섭을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록 노동조합이 하청업체들에 대해 근로조건 개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항을 주장한 면이 있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쟁의행의의 주된 목적은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더불어 쟁의행위 기간 중에 발생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 행위가 일부 있어서 방법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쟁의행위가 모두 위법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사용자의 행위가 방법에 있어서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내지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를 방해하는 내용이어서 쟁의행위가 그 방법에 있어서 위법한 측면이 일부 있더라도 사용자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 사용자의 고의에 대해

사용자는 판례와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 등에 근거한 공인노무사의 법률자문에 따라 당시 노동조합 활동이 위법하다고 생각해 한 행위이므로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용자들이 미필적이나마 노동조합의 활동이 적법하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므로, 사용자들에게 범행 당시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4) 성명서 서명 요구와 공고문 게시 행위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의 성명서(외부 세력의 개입을 반대하며 어떤 회유와 권유에도 절대 동참하지 않는다는 내용) 서명 요구 행위에 대해 성명서의 외부세력은 노동조합을 비롯한 총연맹 등 노동조합 단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결국 위 성명서는 노동조합의 활동에 절대 동참하지 않겠다는 내용이고, 근로자들 중 스스로 원하는 근로자에 한해 서명을 했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성명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서명을 받는 것 자체가 회사의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 및 노동조합의 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백히 표명함과 동시에 노동조합의 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의 활동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용자의 공고문(주된 내용은 현 상황에서의 쟁의행위는 목적이 불분명하고 절차에 위반돼 명백한 불법이고, 이러한 불법 쟁의행위 참여자 모두는 예외 없이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징계처리를 하겠다는 것임) 게시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자체를 예외 없이 불법으로 단정하고 근로자가 쟁의행위에 참여할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형사상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물음을 물론 징계처분을 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므로 공고문 게시행위는 단순히 사용자의 입장에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하면 민ㆍ형사상 책임은 물론 해고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으로 신분상 불안감을 조성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4. 부언

공정한 사회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 존중되고 보장되는 사회라고 본다.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기대하는 것이 헛된 꿈이 아니길 기대해보지만 우려가 앞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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