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시간제 일자리 창출 우수사례라는데, 우수사례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한 방송사 기자가 동료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이미 그 전부터 ‘상용형 시간제’라는 말로,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정책의 핵심이었다. 임금도 적게 받고 고용도 불안한 기존의 시간제근무가 아니라, 임금은 다소 적게 받더라도 고용은 보장되는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침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최근 ‘시간제 일자리창출 우수사례집’을 발간했다. 지난해 노동부의 컨설팅 지원을 받아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한 8개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품업체를 비롯해 병원․유통업체 등이 포함됐다.

언론 입장에서는 이런 사업장의 현장은 좋은 취재거리다. 한 방송사 기자가 현장취재를 추진했다. 그런데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사례집에 나온 기업 중 1년 이상 시간제를 고용한 기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 기업들은 “1년만 시간제를 고용해 달라는 정부의 부탁을 받았다”거나 “정부가 홍보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고백했다.

무기계약 형태의 시간제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데, 1년 이상 고용하지 않는 기업이 우수사례집에 버젓이 올라간 것이다.

노동부가 펴낸 우수사례집이 기자들 사이에 웃음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촌극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 18시간 미만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박재완 노동부장관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근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의욕만 앞서고 홍보에만 치중하는 정부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이 ‘저질의 단시간 노동자’만 창출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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