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사무금융연맹이 주최한 신년토론회는 임성규·김영훈 민주노총 전·현직 위원장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여는 말을 했고, 김세균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 상임대표(서울대 교수)와 손석춘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상임공동대표가 각각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워낙 쟁쟁한 인물들이 참여한 탓인지, 아니면 통합을 포함한 새 진보정당 창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았던 것인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강당은 100여석이 가득 차다 못해 서서 토론을 듣는 이들도 많았다. 몇몇 인터넷 언론사들은 토론회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토론 참가자 모두가 새 진보정당 창당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성규 전 위원장과 김세균 교수를 제외하고 누구도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한 차례씩 내놨던 제안들이 모두 무산된 탓인지, 정작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진보정당은 물론이고 민주노총도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았다.

이정희 대표가 ‘양당 중심’을, 조승수 대표가 ‘연석회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차이를 드러냈을 뿐이다. 3시간을 넘게 일어서 토론을 경청했던 대중들이 듣고자 했던 것은 ‘반복되는 라디오방송’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이날까지 1년이 넘게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진보정당 통합 요구는 2009년부터 있었다. 당시 민주노총의 주도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다양한 정치세력이 참여한 가운데 실무협의가 몇 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말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 연말에서야 이정희·조승수 두 대표가 만나 ‘연내 연석회의 개최’에 합의했고, 민주노총은 김영훈 위원장과 양당 전·현직 대표자들이 만나는 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모두 무위에 그쳤다. 가야 할 길은 뻔해 보이는데 사람들은 쉽게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 진보단체 연대활동을 위한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도 탄력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 시들해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김영훈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보수도 부패하지 않으면 망하지 않고 진보진영의 단결은 승리의 전제라는 말과 같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보수가 부패의 고리를 끊기 어려운 만큼 진보진영의 단결과 통합도 대단히 어렵거나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모든 진보세력이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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