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노조에 운영비를 지원한 자동차부품업체 3개사 대표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실태점검을 통해 그동안 사용자가 지원하던 운영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1)에 해당되지 않으면 예외 없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의견을 사업장에 내려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양상은 지난해 4월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워크숍 이후 감사원이 공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실태점검 계획(감사원은 12개 공기업에 대해 △노조 전임자 현황 및 노조 전임자에 대한 정부기준과 실제운용 규모 △노조운영비 지원 현황 △노조 사무실이나 노조에서 운영하는 시설 목록 △노조에 지원하는 차량운영비 등 기타 비용 등의 제출을 요구함)에서도 밝힌 바 있어 예견됐다.

그런데 문제는 -비록 입법화됐지만-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의 후폭풍이 사용자의 노조운영비 지원 금지2)(최소한의 노조사무실을 제외한)로 확산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 가처분 신청 역시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로 불거진 사안이다. 이번 판례리뷰에서는 “사용자의 노조운영비 지원의 태양을 실질적으로 보아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상결정을 지지하면서 '노조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있는 운영비 원조'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고자 한다.

2. 대상 결정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지
철도공사는 60여년간 철도노조 사무실의 전기요금 및 수도요금을 대납해왔다. 그런데 노동부가 공사의 질의에 대해 “노조운영비 지원에 있어 예외적으로 근로자의 후생자금 원조나 최소한의 사무실 제공 등을 허용하고 있지만, 수도·전기요금은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공사는 전기·수도요금을 미납했다.
 
이로 인해 2010년 9월3일 대전지방본부와 대전정비창본부, 서울지방본부, 서울정비창본부, 영주지방본부 등 5곳 철도노조 사무실의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겼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전기 및 수도 공급을 중단해 노동조합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으므로 공사는 전기 및 수도 공급을 재개해야 한다며 동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안이다.

2) 결정 요지
대상결정의 핵심은 철도공사의 노조건물에 대한 단전 및 단수 권한의 존부와 전기 및 수도사용료 지원이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운영비 원조’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그런데 법원은 노조법에서 금하고 있는 것은 ‘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있는 운영비 원조’라 할 것이므로 철도공사가 철도노조에게 전기 및 수도를 공급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운영비 원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3. ‘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이 있는 운영비 원조’에 대한 검토

1) 운영비 원조 금지는 노조의 자주성 확보와 사용자 간섭 배제 위한 것
대상결정은 ‘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이 있는 운영비 원조’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하면서, 사용자의 노조운영비 지원이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기 위한 기준(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현행법에서 노조운영비 원조를 지배개입의 하나로서 금지한 취지는 노조가 사용자로부터 운영에 필요한 경비에 관해 재정적 원조를 받게 되면 노조의 자주성 상실 내지 저해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학계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3)

다만 노조법 제81조 제4호의 단서조항에서 지배개입의 운영비 원조에 대한 명문상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데, 노동부는 이 단서조항에 규정된 사례에 해당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동 조항의 법률상 해석이 문제가 된다. 이 사건 역시 철도공사의 전기·수도세 대납이 부당한 운영비 원조에 해당된다고 본 노동부의 의견이 발단이 됐다.

2) 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는 ‘포괄적 예시규정’으로 봐야

운영비원조를 포함한 지배개입을 금지한 목적이 노조의 자주성 확보와 사용자의 간섭 배제라고 본다면, 법문을 실질적으로 해석해 ‘전기사용료 지원’과 같이 단서 조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당해 지원으로 노조가 자주성을 상실하거나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어 노동3권의 행사에 적극적인 침해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배개입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는 지배개입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사용자의 의사”가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4) 단서조항은 ① 근로자의 후생자금 ②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 ③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 사무소의 제공 등이다.

이러한 해석은 노조법 제2조 제4호 나목5)에서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를 노동조합의 소극적 요건으로 정해, 결격사유를 명시해 지배개입의 대표적인 태양을 제시한 취지에서 볼 때도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이다. 즉 노조법 제2조 제4호가 특히 설립단계에서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둔 규정이라면, 동법 제81조 4호는 설립 및 운영단계에서 “결격사유에 이를 정도로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거나” 또는 “운영비 지원으로 결격사유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자주성을 잃을 고도의 개연성 있는 경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노동위원회 구제를 통한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덧붙여 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조항을 포괄적 예시규정으로 본다고 해도, 노조법 제81조 제4호 본문에서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라는 지배개입의 일반적인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률조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 부당노동행위의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바,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 해석이다.

3) ‘노조사무소 제공’에는 전기시설 이용 등 사무소 운영에 필수적 사항 포함
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조항을 설령 제한적 열거규정으로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노조사무소 제공”에는 노조사무실 공간뿐 아니라 사무소 운영에 관한 필요한 시설지원(또는 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 경비의 지원)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부 역시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매뉴얼6)”에서 “최소한 규모의 노조사무소 제공이라 함은 노조사무소와 최소한의 필요적 부대시설(전기시설 등)은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행정해석(노조68107-620, 2001.5.29)도 “사회통념상 비치돼야 하는 책상, 의자, 전기시설 등 필요적 부대시설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왜 노동부는 철도공사의 전기 및 수도 공급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보냈을까.

다시 이 사건의 사실관계로 돌아가 보자. 철도공사가 공급하던 전기 및 수도는 노조사무소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시설일 뿐 아니라, 중단시 지배개입의 의사가 추정되면 역으로 중단행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필자가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사업장내 전기시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사용자가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가 놓친 매우 세밀한 차이점을 노동부 관계자가 알려 준 것이다. 노조가 회사 내의 전기나 수도시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대납해 줬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 현금은 안 되고 시설이용만 허용된다면, 노조사무실 난방을 위한 난방비 지원은 안 되지만 회사 내 비치된 기름탱크에서 난방연료를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를 구분짓기 위해 현금이냐 아니냐가 합당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회사 내 공간이 없어 회사 밖에 노조사무실 공간을 제공한 경우, 회사 밖에 있는 건물의 전기, 수도, 전화, 인터넷 시설 이용은 불가피하다. 이런 경우 회사가 사용료를 대납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공공시설이용의 계약명의자를 모두 회사명으로 해 형식상 수익자를 사용자로 하면 되는가. 결국, 노동부의 견해대로라면 회사내 사무실을 두고 있는 노조만이 사용자가 제공하는 전기, 수도를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4) 노조법 부칙의 재정자립기금 지원도 현행법상 적법한 운영비 지원
또 노조법 부칙 제6조 제2항7)에 규정된 노동조합 재정자립기금에 대한 사용자의 출연도 지원 가능한 운영비로 볼 수 있다. 노조법 제81조 제4호 단서조항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타임오프 제도 도입에 따라 전임자수가 줄어들어 지급가능한 전임자 임금액의 삭감이 불가피하다면 그 차액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재정자립기금으로 출연할 수 있는 것이다.

4. 결론을 대신해 - 경비지원 중단이 사용자 지배개입의사에 의한 것이면 부당노동행위

그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제공해오던 편의제공 등 운영비를 원조했던 철도공사가 철도노조 사무실에 전기·수도세 지원을 중단한 행위에 대해 “자주성을 잃을 위험이 있는 운영비 원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상결정은 너무나 정당하다. 하지만 공사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언급이 누락된 점이 아쉽다.8)
 
그런데 이런 법원의 판단이 마치 노동부의 견해 보다 진보적이거나 전향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노동법의 이념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자칫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의 지회가 공존하는 경우 노동부가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일괄적으로 부정해 지난 10년간의 무수한 교섭권 확인을 위해 제기했던 가처분신청 사건의 재판(再版)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노동부가 실태점검을 통해 밝혀진 사례들 중 전임자 축소 이후 월 75만원의 운영비 지원을 한 사업주 3명을 입건했다고 한다. 노사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고 만든 집단적 노사관계법이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헌법상 노동3권의 보장 취지를 무시하면서 건전한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각주

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4호.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사용자와 협의 또는 교섭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은 예외로 한다.
2)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의 노조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1963년 노조법 개정시 입법화된 것으로 50여년 동안 똑같은 내용으로 규정돼 오고 있는데, 최근 들어 노조 운영비 지원에 대해 노동부에서 무리한 법해석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3) 김유성, 노동법II, 358면; 김형배, 노동법, 744면; 박상필, 노동법, 505면
4) ILO 제98호 협약 제2조 2호. 특히 근로자단체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의 지배 하에 둘 목적으로 사용자 또는 용자단체에 의해 지배되는 근로자단체의 설립을 촉진하거나 근로자 단체를 재정적 또는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기 위한 행위는 이 조가 의미하는 간섭행위로 간주된다.
5) 노조법 제2조(정의) 4호.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
나.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6) 노동부, 집단적 노사관계 매뉴얼(2008), 333p
7) 노조법 부칙 제6조 (노동조합 전임자에 관한 적용의 특례<개정 2001.3.28>) ① 삭제 <2010.1.1>
②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규모를 노사협의에 의해 점진적으로 축소하도록 노력하되, 이 경우 그 재원을 노동조합의 재정자립에 사용하도록 한다.<개정 2001.3.28>
8) 노조운영비 원조를 중단한 것이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의사에 기초한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될 것이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7두15506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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