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 8일. 1만5천명이 넘는 미국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 모였다.

이날 이들이 요구한 것은 10시간 노동제와 안전한 작업환경, 그리고 참정권. 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12~14시간씩 일하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은 여성들이 이날 벌인 대대적인 시위는 세계여성의 인권에 대한 의식을일깨운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세계의 여성들은 1910년부터 이날의 여성 노동자 대투쟁을 해마다 기념해오고 있다.

이번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에서 여성부나 여성관련 단체가 적극 주장하고 있는 여성계 현안은 대략 세가지로 요약된다. ▶호주제 폐지▶직장. 가정의 양립지원 확보▶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보호가 그것.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한명숙 여성부 장관은 7일 발표한 기조연설에서 "여성차별 철폐협약과 관련해 여성부가 중심이 돼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호주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관계기관 협의와 국민여론 수렴에 박차를 가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호주제 폐지는 여성부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지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이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지은희. 신혜수.이경숙)은 7일 성명서를 발표, "성차별적 법과 제도는 개선됐지만 뿌리깊은 가부장적 편견과 관행은 아직도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고 지적했으며 "따라서 평등한 가족문화를 저해하는 호주제 폐지 운동을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대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여연은 또 "경제위기 속에서 여성 우선 정리해고, 여성의 비정규직화, 빈곤의 여성화에 맞서 차별없이 일할 권리를 위해 사회복지 확충이 절실하다" 고 밝혔다.

많은 여성들에게 가장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은 역시 가정이냐, 일이냐를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이다. 같은 날 발표된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성명서도 모성보호 사회분담화를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노조는 "지난해 노동부가 올 7월부터 출산휴가를 90일로 확대하고30일간을 사회보험에서 부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모성보호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았다" 면서 "출산휴가 90일, 유. 사산 휴가, 월 1일의 태아검진휴가 등 모성 보호강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아직은 세계에서 평가하는 한국 여성의 지위는 '낙제점' 이다. 우리나라는 98년 7월 유엔에서 열린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에 관한 보고서 심사과정에서 "한국의 여성관련 기구의 권한은 너무 낮으며, 여성관련 예산 역시 너무 적다" 는 지적을 받았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여성부의 출범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편 韓장관은 이날 유엔에서 "아태지역 여성담당 국가기구회의를 개최할 예정" 임을 밝혔다. 여성부 출범을 계기로 국내에서 여성의 권익이 얼마나 향상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