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매해가 그렇지만 올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교섭으로 노동 현장이 들썩인 한 해였다. 상대적으로 관심은 덜 받았지만 올해는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결정하고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자신들이 맡고 있는 안전보건기능이 지방으로 이양될 위기에서도 노동계에 전혀 언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진 상황이었다.

노동계를 노동부 사업에 들러리 세우려는 태도도 문제다. 노동부는 당사자인 노사의 의견은 사전에 들어보지도 않고 다른 부처까지 동원해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라는 것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추진본부에서 재해 감소 정책개발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겠다는 데 정작 당사자의 의사는 어떤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의 중장기 산재예방 대책인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바꿔 내용을 개정하고도 노동계에는 계획이 대체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이름 그대로 내용이 ‘플러스’되는 줄로만 알았던 노동계는 “노동부로부터 기만당했다”는 분위기다.

형식적인 심의기구에 그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논의 방식은 정부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모두 마련해 놓고 심의위원회에서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수준에 거치고 있다. 노동계가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대로 공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동계의 좀 더 치열한 고민도 필요하다. 안전보건은 해당 업무 담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에게 안전보건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듯 산별노조와 총연맹 위원장도 안전보건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계는 질판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어떻게 하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노사정이 주최한 토론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죽고 다치지 않고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내년에는 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사정 간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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