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국가정책대학원연구소(GRIPS)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미국 정부가 발표한 무역통계를 아이폰의 부가가치 생산흐름을 통해 반박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생산된 아이폰 수입으로 연 20억달러 이상 적자를 봤다고 주장했었다. 아이폰은 미국 애플의 소유이지만 제조 일체는 중국에서 이뤄져 수출입 통계에서 미국은 아이폰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가가치로 살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아이폰 한 대당 제조원가가 179달러인데 중국이 가져가는 몫은 이 가운데 조립비용 6.5달러로 제조원가의 3.6%에 불과하다. 실제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20억달러가 아니라 7천350만 달러를 미국에 수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대만계 외주가공전문업체인 폭스콘이 아이폰을 조립하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부품 수입액은 1억2천150만달러다. 결국 양국 간의 부가가치 유출입 관계만 놓고 보면 오히려 중국이 4천81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 때문이다. 중국의 노동력과 미국의 고기술 상품이 부등가 교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등가 교환의 핵심에 있는 전문 외주가공업체 폭스콘은 몇 달 전 노동자 연쇄 자살 사건으로도 유명해진 기업이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며 생산직 노동자들을 24시간 공장과 기숙사에 거주하게 하며 노동규율을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군사훈련까지 시켰던 기업이다.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2시간이 넘었고, 임금은 중국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초국적기업들 역시 비슷하다. 이들은 본사에 대한 기술사용료, 본사 수입 부품에 대한 고가 매입, 한국 제품의 본사에 대한 저가 수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가가치를 이전한다.

지엠대우의 예를 보자. 지엠대우는 2008년 총 1조2천억원어치의 차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지엠대우가 지엠 본사 및 결국 본사로 이전되는 비용을 지불한 것은 이보다 훨씬 크다. 하나는 수출부대비라는 명분으로 지불하는 돈으로 5천억원 규모다. 지엠대우가 지엠 계열사들로부터 사들인 각종 부품비용 역시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수출환 관련 금융파생상품 손실로 부당 이전된 돈은 2조원이다. 사실상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지엠대우는 미국 지엠과 연관된 거래에서 2조3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지엠대우의 경우 폭스콘의 사례처럼 저임금 노동력만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수출부대비의 경우 수출에 필요한 여러 행정적 비용이다. 현대차의 경우 19조원 수출에 수출부대비가 1조원에 불과했다. 지엠대우가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엠대우가 독자적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못한 것을 이용한 수탈적 성격이 강하다.

지엠대우는 이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을 이용한 금융상품으로도 부가가치를 본사로 이전한다. 2008년 약 2조원의 선물환 관련 파생금융상품 손실이 대표적이다. 환율변동 위험이 매우 큰 상황에서도 아주 큰 규모의 선물환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파생금융상품 특성상 같은 상품을 반대 포지션에서 구매할 경우 다른 한쪽은 반드시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즉 지엠대우 제품을 매입하는 지엠 본사와 계열사들이 외환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엠이 그동안 지엠대우를 통해 이전한 부가가치는 수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엠대우가 미국·유럽·남미의 지엠 계열사에 수출하는 제품들이 저평가돼 영업점에서 과도하게 가져가는 부가가치까지 고려하면 이 액수는 훨씬 커진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수탈은 장기적으로 국내 고용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당장은 초국적기업이 국내에서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로 국내 소비와 고용을 만들어 내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소위 국부유출이라고도 불리는 부가가치 이전으로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을 감소시킨다.

이런 지엠대우의 작태를 볼 때 3주 가까이 부평공장 정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시사적이다. 금속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에 나서고 있고, 인천시장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지엠대우 사측은 여전히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

여러 시민·사회진영과 인천의 정치권은 현재 비정규 노동자들의 복직과 정규직화 요구를 지엠대우 사측이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정치적·사회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현지 고용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는 자본이 현지에서 어떠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느냐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척도다. 지엠대우가 목숨을 걸고 정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심지어 시민사회의 교섭 중재까지 무시한다는 것은 지엠대우가 인천시민사회와 지엠대우 노동자들에게 조만간 ‘먹튀’ 짓거리로 나서겠다는, 더 많은 부가가치를 수탈하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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