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이 남성 중심적인 노동현장에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1일 평등법이 발효됐다. 특히 건설업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가 안전보건 부문 재해감소 효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산업보건협회(IOSH)에 따르면 영국의 건설현장은 비교적 고령인 백인·남성 노동자 위주로 구성돼 있다. 영국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여성인 반면 건설현장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13.5%만이 여성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여성 중 80% 이상은 행정·사무업무에 치중돼 있다.

IOSH는 “여성에게 불리한 직장문화·차별·기회부족 등으로 인해 건설업을 떠나는 여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에서 여성노동자의 고용비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현장의 작업복과 장비가 대부분 남성의 신체사이즈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 또 여성노동자들은 특정 유해물질에 더 취약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아예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이를 위한 해결방법으로 IOSH는 여성과 체구가 작은 남성노동자에게 맞는 작업복 사용, 여성을 기준으로 안전지침·정책 수립, 노동자 간 능력차를 최소화하는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인종·장애여부·임금·신념 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평등법(Equality Act)이 발효됨에 따라 건설현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 다양성이 실현되는 기업일수록 수익률·영업이익·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에서는 2003년 모든 공공기관 이사진의 성비균형을 맞춘 결과 이윤과 생산성이 향상됐다. 그 이유는 남성의 경우 이윤창출에 치중하는 한편 여성은 조직운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보다 업무 중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75% 높다. 남성이 비교적 위험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남성의 상해율이 2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IOSH는 “건설현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재해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비용절감 위해서라도 근골격계질환 주목해야”

영국에서는 기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의 업무상 상해예방과 위험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Cardinus Risk Management'는 최근 “근골격계질환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때 철저한 위험성 평가와 업무복귀 프로그램 실행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근골격계질환의 한 종류인 상지장애에 주목했다. 상지장애는 손목관절증후군·건초염·건염·상과염·활액낭염·요통 등을 포함한다.

영국에서는 74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노동자에 대해 합리적이고 실천가능한 수준의 안전보건·복지를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또 사업주의 관리소홀과 부주의로 인해 상해를 입은 노동자는 민법에 따라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주요 판례는 92년에 있었다. 영국 켄트지역의 인쇄소에 근무하던 9명의 노동자에게 건초염·상과염 등의 상지장애가 발생한 것과 관련, 법원은 반복적 움직임을 요하는 이들 노동자의 업무성격으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사업주는 노동자가 팔목이나 팔 등에 통증이 생길 경우 이와 같은 증상을 즉각적으로 사업주에 보고할 수 있도록 지도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원인을 밝혀낼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95년에는 무거운 모터를 들어 올리거나 뒤집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4만2천600파운드 보상판결을 내렸다. 이 노동자는 회사에 교대근무에 대한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장기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회사측 의사 소견보다 원고측 의사 소견을 우선해 판결에 반영했다.
한편 지난해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연간 2천400억유로에 달한다. EU 노동자들이 병가를 낸 원인의 49%가 근골격계질환 때문이었다. 영구적인 신체능력 상실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원인의 60%도 근골격계질환이었다.

자료제공=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제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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