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사각지대의 규모는 지난 1997년과 같은 대규모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더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이혜정·강신욱, 2008). 이들은 제 2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절대빈곤층이 2006년 기준으로 18.5%에서 31%로 늘어나지만,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고용보험에 가입된 가구는 6%에서 6.9%로 증가하는데 그쳐 사각지대의 규모는 12.5%에서 24.1%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표5> 참조).
 


공적연금의 경우도 사각지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김교성, 2009). 김교성은(2009)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규모를 전체 인구의 53.9%인 1천56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세에서 59세까지의 인구 2천901만명 중 연금수급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인구가 1천336만명에 불과하며, 미납·납부예외·미가입·실업·비경제활동인구는 공적연금의 잠재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김교성, 2009).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소득보장제도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많다. 이는 자산조사든 기여기록이든 선별적인 방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현행 소득보장제도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산조사나 기여기록을 충족시킬 수 없는 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별주의적 소득보장제도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기본소득과 같은 대안적 복지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소득과 소득재분배 : 재분배의 역설

그렇다면 대안적 소득보장제도로서 기본소득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논리적 경험적 근거는 있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복지제도들이 보편주의적 특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복지제도가 보편적이냐 선별적이냐에 따라 소득재분배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기존 연구들의 논쟁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여러 복지프로그램들 중에서 기본소득이 어떻게 분류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제도는 대상자를 선정할 때 소득기준도 없으며, 집단 구분 기준도 없고, 노동경력여부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주의 원칙에 가장 근접한 소득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제도의 보편성 정도는 Berg(2004)의 사회복지프로그램 분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제도의 보편성 기준은 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지의 여부로 측정되지만, 보다 정교한 분류를 위해 Berg(2004)는 소득 기준과 인구학적 기준을 교차하여 복지제도의 보편성을 분류하고 있다
(<그림2> 참조).

<그림2>에 따르면 사회부조제도는 소득조사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소득기준으로 볼 때는 가장 선별주의적인 제도이다. 인구학적 기준으로 볼 때는 범주적 사회부조제도는 일부 선별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 사회부조는 보편주의적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능력 검사 등을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기 때문에 완전히 보편적인 제도라고는 할 수는 없다.

아동수당은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기에 인구학적 기준으로는 선별주의적이라 할 수 있지만, 소득조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기준으로는 보편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에서 기본소득제도는 소득조사도 없으며 근로능력 검사라든지 인구학적 기준도 수급조건으로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전형적인 보편주의 제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와 관련된 논쟁에서 기존의 연구들은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선별주의적인 공공부조제도가 이론적으로 가장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소득보장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인재 등, 2008). 사회보험은 보험수리원칙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어 자본주의의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기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고, 공공부조제도는 누진적 조세를 기본 재원으로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급여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직적 재분배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Korpi & Palme(1998)는 ‘재분배의 역설’을 강조했다. 이들은 선별주의적 프로그램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는 주장에 대해 재분배예산의 크기와 복지정치의 차원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실증분석을 통해 선별주의적 복지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전형적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Korpi & Palme(1998)는 재분배 역설이 가능한 이유로 선별주의적 방식의 공공부조제도는 매우 제한적인 인구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편주의적 방식의 사회보험제도는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재분배예산의 규모를 크게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평등주의적 성과들을 달성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Skocpol(1990)과 Burtless(1994)의 경우도 미국의 사회복지역사를 조망하면서 선별주의적 프로그램들이 빈곤을 감소시키는데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Skocpol(1990)은 미국에서 빈곤퇴치를 위한 선별주의적 접근이 충분한 재정지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빈민에게 치욕감을 주었으며, 정치적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한 빈민을 위한 복지제도를 설계하고자 한다면 하층계급만을 대상으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되며 중산층 이상을 포괄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빈민을 위한 가장 긍정적이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있다(Skocpol, 1990).
그렇다면 가장 보편주의 원칙에 충실한 기본소득은 소득재분배효과가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기본소득을 현실세계에서 실현하고 있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연구들은 시뮬레이션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김교성, 2009; Garfinkel 등, 2010).

김교성(2009)은 2006년 복지패널 2차 자료를 활용하여 한국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를 검토했으며, Garfinkel 등(2010)은 1995년 미국의 인구조자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기본소득 도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소득재분배효과를 분석했다. 두 연구에서 모두 기본소득의 도입은 빈곤완화에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07년 복지패널 3차 자료를 활용해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를 분석할 것이다.

분석방법

분석자료 및 분석단위
이 글에서 사용되는 자료는 한국복지패널 3차년도 조사 원자료이다. 한국복지패널은 연령, 경제활동 상태 등 각 인구집단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 등을 파악함으로써 정책 평가 및  지원에 기여하고, 정책지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다(김미곤 등, 2008). 한국복지패널은 2006년 1차년도 조사가 시작됐으며, 매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종단면 조사로서, 3차년도 조사까지 복지패널학술대회용으로 공개돼 있다.

한국복지패널의 2006년 1차년도 가표본은 2005년도 인구주택 총조사 90% 자료에서 2006년 국민생활실태조사가구 3만 가구를 2단계 층화집락 추출해 최종 조사된 2만4천711가구였다. 이를 다시 중위소득 60%를 기준으로 저소득가구와 일반가구로 구분했고 각각 3천500가구씩을 층화집락 계통추출을 통해 총 7천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했다. 따라서 2006년 1차년도 표본규모는 7천72가구이다.

2차년도에는 이들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완료 된 가구가 6천580가구로서 원표본 유지율이 92%였다. 3차년도는 조사완료 된 가구가 6천128가구로서 원표본 유지율이 87%였다. 이는 다른 국내외 패널 자료에 비해 원가구 유지율이 높은 수치다(김미곤 등, 2008).

그리고 한국복지패널의 조사대상은 표본가구와 표본가구에 속하는 15세이상 가구원과 부가조사 대상으로 구분된다. 이 글에서는 3차년도 6천128 표본가구에 대한 조사자료를 사용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표본가구원 정보를 활용할 것이다.

또한 이 글에서의 분석은 특별한 언급이 없을 경우 모두 가구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결과가 제시될 것이다. 패널자료는 표본의 탈락이 심해 표본을 모수화하는 조정작업을 거쳐 분석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복지패널에서는 개인가중치의 경우 횡단면과 종단면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가구가중치의 조정을 통해 표본가구의 가구원 변동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김미곤 등, 2008).
이 글에서는 분석단위가 가구이기 때문에 가구가중치를 사용할 것이다. 기본소득의 경우 개인을 단위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존 빈곤연구들이 가구를 분석단위로 활용하고 있어 비교의 용이성 차원에서 가구를 분석단위로 할 것이다.
 
변수의 조작적 정의

소득의 정의
이 글에서 소득의 정의·분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의·분류 기준을 따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빈곤·소득불평등을 측정할 때에는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김진욱, 2004; World Bank, 2005). 첫째, 소득 분석의 단위가 되는 대상과 관련된 논쟁이다. 소득 분석의 단위는 개인일 수도 있고, 가구일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가구를 분석단위로 소득을 측정할 것이다. 개인단위로 소득을 측정하면 가구 내에서 분배되는 소득의 양도 개인소득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복지패널자료는 가구의 총소득과 해당 가구원의 소득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가구원 중 무응답 가구원과 관련된 소득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구총소득자료를 활용할 것이다.
둘째는 소득의 범위와 관련된 쟁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재분배 관련 연구에서는 시장소득·경상소득·가처분 소득 등으로 소득을 구분하고(<표2> 참고), 각각의 경우에 대한 소득재분배효과를 측정한다.
 


이 글에서는 위 소득분류에서 시장소득과 경상소득 활용해 소득재분배효과를 측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의 기본적인 관심이 기본소득을 제공했을 경우의 소득재분배효과를 현행 제도와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상소득 개념을 두 가지로 구분할 것이다. 현행 사회복지제도를 반영한 경상소득은 경상소득(현행)으로, 기본소득을 반영한 경상소득은 경상소득(기본)으로 구분할 것이다.<계속 이어짐>
 
[각주]
1) 연방정부 차원에서 상환 가능한 아동 세금공제, 캐나다 아동 세금 급여(CCTB)를 가구급여처럼 공급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