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쌍용자동차에서 희망퇴직한 후 재취업에 실패해 비관해 온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황인석)에 따르면 지부 조합원 황아무개(38)씨가 14일 오전 7시께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좌교리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부모에 의해 발견된 고인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 장애인으로 왼쪽 다리에 의족을 단채 생활해 온 고인은 96년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쌍용차에 입사했다가 지난해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와중에 희망퇴직했다. 회사를 떠난 뒤 고인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했지만 ‘쌍용차 출신’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중증 장애 등을 이유로 번번이 재취업에 실패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써 온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인은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 법원으로부터 벌금고지서를 통보받았다. 쌍용차는 지난해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벌인 노동자와 희망퇴직자들을 ‘퇴거 불응’으로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벌금이 지난달 통보된 것이다.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싸늘한 주검이 된 고인 앞에 법원의 벌금고지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며 “고인의 죽음은 사회와 자본의 살인”고 침통해했다.

한편 지난달 19일에도 한 명의 희망퇴직자가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날 현재까지 5명의 쌍용차 출신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여기에 노동자의 가족과 유산된 태아를 포함하면 총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회적 무관심와 무대책이 이들을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

[Tip] 쌍용차 정리해고

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2천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같은해 여름 정리해고 반대를 주장하며 77일간 공장 점거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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