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년 12월 개정 전)상 업무상재해는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따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업무준비·마무리행위 등 업무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대법원 2007년 9월28일 선고 2005두12572)

그렇다면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위해 집에서 나와 지구대에 도착해 출근확인을 받은 후 작업장소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이는 출근 중에 발생한 재해로 봐야 할까, 아니면 업무의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까.

부산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김아무개(57)씨는 지난 2007년 9월 조기청소를 위해 집에서 나와 오전 5시40분께 구청 산하 지구대에 들러 출근확인을 받았다. 구청에서는 출·퇴근과 작업장소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을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 김씨는 스스로 마련한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했다.

출근확인을 하고 작업현장으로 가던 김씨는 오전 6시께 육교 밑을 자전거로 횡단하다 차량에 치여 도로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그는 ‘뇌좌상,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 뇌기저부 골절, 외상성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작업장소 이동 중 교통사고

김씨는 곧바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다. 공단은 1년3개월이 지난 2008년 12월 요양신청을 불승인했다. 불승인 이유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 중에 발생한 사고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사고가 출근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출근 후 작업장소로 이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출근 후 작업장소로 이동하다 발생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근무장소와 주거지가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도 사업주가 별다른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점, 청소업무의 특성과 이른 출근시간으로 인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힘들어 부득이하게 자전거로 출근하다 사고를 당했으므로 업무상재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서울행법은 1심 판결에서 ‘작업장소로의 이동’이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지구대에서의 출근 확인은 사업주가 환경미화원의 출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조치에 근로자가 협력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출근 확인으로 출근이 마쳐진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장소로 이동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출근이 완료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어 “자전거에 대한 관리·사용권한이 원고에게 있을 뿐 아니라 출·퇴근 방법이나 경로의 선택 등이 원고에게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이 사고가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작업장소로의 이동은 업무 준비행위”

서울고등법원 역시 지난 4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달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원고는 사고 당일 조기청소를 위해 집에서 나와 지구대에 도착해 출근 확인을 받은 후 작업장소로 가다가 사고를 당했고, 자전거는 원고가 구청으로부터 출·퇴근 및 청소담당구역 내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한 관계로 원고 스스로 마련해 구청의 묵인 아래 출·퇴근 및 작업장소로의 이동에 이용했다”며 “원고는 사업주인 구청의 지배·관리 아래 있는 지구대에 도착해 출근 확인을 받음으로써 출근이 완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실제 작업장소로의 이동은 업무수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청소업무의 특성상 업무수행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의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고를 출근 중에 발생한 재해로 보고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재해에 과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0년 11월11일 선고 2010두10181
서울고등법원 2010년 4월29일 선고 2009누24483
서울행정법원 2009년 7월14일 선고 2008구단1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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