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작업 중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신호수가 타워크레인 행거(추)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 신호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건설노조와 대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9시30분께 대전 대덕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키를 높이는 작업 중 행거가 갑자기 하강하면서 아래에 있던 신호수 최아무개(51)씨가 머리를 부딪쳤다. 최씨는 곧바로 대전 을지대학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같은날 밤 11시15분께 사망했다. 최씨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타워 설치작업을 보조하면서 신호수 역할을 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서 관계자는 "신호수가 보낸 신호에 따라 작업을 하는 타워기사와 신호를 보내는 신호수 간에 사인이 맞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대전지청 관계자는 사고원인에 대해 "행거가 내려갈 때는 여러 번 멈췄다가 서서히 내려가야 하는데, 타워기사는 ‘(신호수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신호수가 사인을 잘못 준 건지, 아니면 타워기사가 신호를 어긴 것인지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전문 신호수가 없어 발생한 사고"라고 비판했다. 차광주 건설노조 대전충청강원타워크레인지부장은 “타워크레인 행거의 특성을 아는 전문 신호수가 없어 발생한 전형적인 사고”라며 “국토해양부에 등록된 27개 건설기계 장비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 신호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포함해 전문 신호수 부재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9월 4대강 여주보서 신호수가 덤프에 깔려 숨졌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동대문 재개발아파트 현장서 타워크레인 갱폼 인양 중 신호수가 묶은 자재가 추락해 노동자가 깔려 사망했다. 같은해 4월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에 인양되던 철제구조물이 떨어져 노동자가 압사했다.

박종국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전문 신호수 부재로 발생하는 사고가 반복돼 지난해 5월 노동부에 전문 신호수 제도 도입을 제안했지만 노동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책임을 미루는 동안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전문 신호수 교육이 관례화돼 있다. 일본의 경우 별도로 전문 자격증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한국은 신호수 배치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신호수의 자격·교육·인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