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의 미국 수출요건을 강화하고, 미국 자동차의 국내 수입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타결됐다. 정부는 “양측 간 이익을 각각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지만 야권은 “조공협상”, “이익균형 훼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효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지난 3일 타결된 한미FTA 협상 내용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협정문 수정을 최소화하고, 전반적인 이익의 균형을 추가함으로써 상호 수용가능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요구사항을, 우리나라는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요구사항을 관철했다. 자동차의 경우 양국은 미국이 애초 협정 발효부터 철폐하기로 관세 2.5%를 4년간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 또 협정이 발효된 뒤 10년간 완성차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발동기간은 최대 4년이다.

양국은 미국의 자동차 제작사가 미국의 안전기준을 준수할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2만5천대로 늘렸다. 이 조항은 기존 협정문에 6천500대까지만 인정됐다. 우리나라의 안전기준이 미국의 기준보다 강력한데, 이번 협상에서 안전기준을 완화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반영됐다. 환경기준(연비·이산화탄소 배출량)도 4천500대 이하 제작사에 대해서는 19%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돼지고기 관세철폐 기간을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해 이를 얻어 냈다.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 의무 이행을 기존 18개월에서 3년 유예하는 조항도 우리측의 요구로 들어갔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달 안에 실무작업을 거쳐 ‘서한 교환’(Exchange of letters) 형태의 법률문서가 완성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서명하고, 비준동의를 위해 입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비준동의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한 것을 비롯해 야권의 반발이 거세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ip] 세이프가드

특정상품의 수입급증으로부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품목의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관세가 철폐돼 수입이 급증할 경우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수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에 훨씬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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