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대자동차 주식회사(현대차)는 아산공장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서울고등법원 2007나56977)을 진행하던 중 법원을 상대로 구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구파견법) 제6조 제3항1) 본문(고용의제조항)이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2). 이에 법원은 지난달 12일 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글에서는 대상판결이 고용의제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구체적 이유를 검토한 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이라는 대상판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이유에 대한 이해

대상판결이 신청을 기각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신청인의 신청이유를 먼저 살펴본 후 이에 대응하는 법원의 판단이유를 검토하고자 한다.
1) 신청인은 고용의제규정이 헌법상 ‘계약의 자유 또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제37조 제2항3)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한계 중 하나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원칙으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내용으로 하며, 그 어느 한 가지라도 저촉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4).

먼저 고용의제규정의 입법목적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직접고용관계 성립을 간주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5)으로 정당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고용간주규정이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방법)으로써 적정한지에 관해 신청인은 고용의제규정으로 인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법률관계가 형성되고 “이에 대해 사용사업주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바, 이는 기본권 제한의 적정한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단의 적정성 판단은 목적달성에 수단이 효과적으로 기여하느냐의 문제6)인 것이지 수단 자체의 기본권 침해 정도를 문제삼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이 고용의제규정이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방지 및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도모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

그리고 피해(침해)의 최소성은 목적달성에 적절한 수단이더라도, 보다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을 필요최소한의 것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7). 신청인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관계 ‘추정’(의제가 아닌)조항, 근로자파견사업 허가 요건의 강화, 파견근로자에 대한 평등대우조치의 강화 등을 통해 사용사업주의 계약체결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고용의제조항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청인은 고용의제조항에서 고용이라는 법률관계의 ‘의제’를 소송법상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과 관련해 추정과 대비되는 의제와 혼동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다. 고용관계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법률관계이므로 간접사실로부터 추인할 수 있다거나, 이와 양립할 수 없는 별개의 사실의 존재를 증명해 번복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리고 근로자파견사업 허가 요건의 강화나 파견근로자에 대한 평등대우의제 조항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할 수는 있을지언정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의 방지 및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확보’라는 목적달성에는 별다른 기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제안들은 모두 고용의제조항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대상판결도 침해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2년이라는 다소 장기간의 기간이 경과될 것을 조건으로 고용이 간주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용사업주에게 고용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용의제조항이 사용사업주의 기본권을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로 제한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법익의 균형성은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 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8). 청구인은 고용의제조항이 “기업과 사업주 개인의 계약체결의 자유의 핵심적 내용을 근본적으로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고용의제조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파견기간의 제한을 위반한 사용사업주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용의제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기업과 사업주 개인의 계약체결 자유의 제한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방지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판결했다.

대상판결이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고용의제조항을 둘지 혹은 현행법과 같이 고용의무조항과 위반시 제재를 가할지 중 어떤 것으로 정할 것인지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입법부가 그 재량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아,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하는데 있어 완화된 심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파견근로관계에 대한 규율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파견근로자의 사용에 대해 사회경제적 필요에 따라 예외적으로 파견근로를 허용하되 허용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정책결단의 문제이므로 입법부의 광범한 재량이 인정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근로자파견은 중간착취의 위험성 및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형성의 우려로 인해 원칙적으로 금지됐으나 사회경제적 필요에 의한 정책적 결단으로 사용사업주에게 특별히 허용해 준 것으로 일종의 특혜부여와 같이 볼 수 있고, 그러한 특혜를 향유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으로 둔 것은 '다소 장기적'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 기간을 초과하면서까지 특혜를 과도하게 누리려는 사용사업주에게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으며 그 제재는 파견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의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2) 신청인은 불법파견의 경우에까지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 확정할 수 없고, 직접 고용이 간주되는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법률관계가 어떠한 내용으로 형성되는지 알 수 없어 사용사업주 입장에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고, 입법자가 결정할 본질적 사항을 법적용기관인 법원의 해석과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하여 의회유보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 주장은 고용의제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위 조항을 해석·적용하는 법원의 재판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불과하므로, 주장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 없이 그 주장 자체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또한 대법원9)은 이미 "고용의제조항이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 해석할 근거가 없고, 즉 법률 자체에서 위법한 근로자파견에도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또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근로관계가 성립하는 경우 그 근로관계의 기간은 원칙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나아가 법원은 “근로계약의 내용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았다.

3) 신청인은 고용의제조항에 의해 2년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보면서도 단서 조항을 통해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 것이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체계정당성의 원리란 동일한 법률 내 존재하는 법률규정들의 구조, 내용 등이 서로 모순이 없어야 된다10)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의제조항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법적 보호 혹은 이익부여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므로 위 단서규정을 두어 오히려 위헌성을 예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상판결도 같은 이유를 들어 체계정당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현대차가 고용의제조항에 대해 위와 같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이유는, 위 신청이 인용돼 헌법재판소가 고용의제규정이 위헌이므로 무효라는 결정을 하게 되면 파견근로를 2년 이상 한 근로자들이 현대차의 직영근로자라고 인정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은 고용의제조항이 없다는 전제 아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할 것이므로 2년 이상의 파견근로를 했더라도 직영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고용의제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고, 이를 기초로 아산공장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확정했다. 대상판결로 인해 고용의제조항이 합헌이며 정당한 법률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각주]
1) 구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6조(파견기간) ③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2) 헌법재판소법 제41조(위헌여부 심판의 제청) 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
3) 헌법 제37조 ②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4) 권영성, 헌법학원론 개정판, 법문사, 2010, 354면
5) 대법원 2008.9.18 선고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
6) 김대환, 헌법 제37조, 헌법주석서II [제2판], 법제처, 2010, 454면, 즉, “방법의 적절성은 선택된 수단의 목적 실현에의 기여라고 하는 방향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방법의 적합성(또는 적절성) 보다는 방법의 유용성이라고 개념하는 것이 그 의미를 더욱 정확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7) 권영성, 위 책, 355면
8) 김대환, 위 책, 456면, 헌법재판소 1990.9.3 선고, 89헌가95 결정
9) 대법원 2008.9.18 선고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
10) 헌법재판소 2004.11.25 선고 2002헌바66결정, 2010.6.24 선고 2007헌바101결정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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