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재분석했다. 그 결과 산재보험 재활사업 비용으로 매년 800억원 이상이 지출됐지만 산재장해인의 원직장 복귀율은 2007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매년 산재장해인의 직업복귀율을 발표하면서 최근 5년간 20% 가까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처리의 오류로 실제 지난 5년간 직업복귀율은 2% 증가한 것에 불과했다.

전체 직장복귀율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다녔던 직장 또는 직무에서 다시 일하는 ‘원직장 복귀율’은 더욱 중요한 지표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5년간 산재장해인의 원직장 복귀율은 2007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이는 2007년 이후 산재장해인이 원직장으로 복귀하기보다는 다른 직장 취업이나 창업 형태로 사회에 복귀하는 비율이 늘고 있음을 뜻한다. 산재장해인 재활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 결과다.

홍희덕 의원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정책 목표와 방향이 잘못된 탓도 크지만 산재보험 재활사업 예산이 부족할 뿐 아니라, 책정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6월 기준으로 직업재활급여 명목의 예산집행 실적은 10~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말까지 예산 집행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치료를 마친 후 건강한 상태로 원래 직장에 복귀해 일하는 것은 산재보험의 최고 목적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목적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다. 이것은 경제활동인구 노령화가 가속화하고 기업 내부의 고령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뜻한다. 즉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심각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노동인력이 줄어들면서 현재 고용된 숙련인력의 보존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 명의 노동자라도 더 필요한 판에 우리나라 산재보험 재활정책은 멀쩡한 노동자마저 실업자로 만드는 형국인 셈이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의 삶도 궁핍해진다. 취업을 못한 산재노동자는 결국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더욱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산재보험 재활정책은 산재노동자가 다시 일할 수 있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많은 선진국에서 사업주에게 산재자의 원직복귀 의무를 지우는 것처럼 우리도 사업주의 원직복귀 의무화를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다. 원직복귀 의무란 재활 관련 전문가가 산재노동자의 상태를 파악해 원직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의무적으로 원직에 복귀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업주가 의무를 어겼을 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

산재노동자를 원직에 복귀시키는 사업주에게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현재의 직장복귀지원금·직장적응훈련비·재활운동비·직업훈련비 지원 등 적은 액수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산재장해인 재고용시 산재보험료를 감면하거나,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장 환경개선 부담금 지원제도 신설 등이 필요하다. 좀 더 크게는 세금을 줄여 주는 방안까지 고려해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원직복귀를 못하는 경우라면 산재노동자에게 재취업 기회를 줘야 한다.

한편 재활사업 예산을 확충해 재활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산재재활전문 의료기관이 확충되고 질이 향상돼야 한다. 직업훈련을 시키는 기관의 질 역시 개선돼야 한다. 취업을 알선하는 정부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산재노동자가 취업을 못하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에 엄청난 손실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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