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오늘 서울선언을 발표하며 폐막한다. 금융과 재무 중심의 의제를 담은 서울선언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환율문제다. G20 정상들은 첫 날부터 이를 조율했다. 서울선언문에는 시장 결정적인 환율제도로 나아가되 각국의 경제여건을 고려해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자유무역을 더욱 늘려가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조율됐다.

지난 2008년에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G20 정상회의는 선진국 중심의 G7 정상회의가 확대 개편된 것이어서 일정한 기대도 있었다. 중국·인도·한국 등 신흥개발국이 참여하게 돼 새로운 경제질서와 세력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G20 정상회의의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미국의 달러공급 확대라는 양적완화 조치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섰지만 환율결정의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선에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환율전쟁은 연장전에 들어간 것이지 종결되지 못한 것이다. 여전히 미국 중심의 환율조정을 통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새 경제패러다임에 대한 진지한 모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 위기를 불러온 투기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금융규제 방안이라도 합의했어야 했는데 환율문제를 논의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은 외면된 셈이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개최된 G20 노조 정상회의와 서울국제민중회의는 이러한 결론을 우려했었다. G20 노조 정상회의 지난 10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의제가 채택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각국에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일자리 창출은 더디고, 구멍 많은 사회안전망 탓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2억명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고, 매년 4천500만명의 청년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4억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 온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의 절실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선 고용은 없고 금융·재무 중심의 의제만 논의됐다.

G20 정상회의에서 일자리와 사회보장을 거론했더라도 정치적 수사에 가까울 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G20 국가 대다수는 복지정책 축소에 열을 올리는 대신 사회안전망 강화에는 소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고통을 전 세계 노동자와 민중에게 전가하는 회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결국 새 경제패러다임을 위한 연대와 실천 없이는 G20 정상회의가 이끌어가는 세계경제 흐름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때문에 서울국제민중회의에선 대안경제모델과 실천방안을 토론했는데 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자리에선 G20 국가들이 자유무역 확대를 경제위기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국제적 연대와 실천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막는데 우선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FTA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고 공정한 무역과 거리가 멀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 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한 만큼 위기의 해결방식이 종전과 달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자유무역에서 공정무역, 다시 정의로운 무역으로 거듭나는 대안적 무역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날 회의에서 나온 핵심 의견이다. 우리는 이런 의견을 적극 지지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FTA 재협상에 대해 민주노총과 미국노총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나라가 협상을 타결하면 두 나라 노총은 국회 비준반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두 나라 노총이 FTA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이것이 대안경제모델 모색과 국제적 연대를 확대하는데 밀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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