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의 전기매트를 만드는 한 공장. 이곳에서 4개월째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인 모하메드(27)씨는 이공장 종업원 9명중 6명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중 1명이다.

작년 2월 한국에 온 이후 약품공장·염색공장·양말공장을 전전하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전에 있던 직장에서는 임금을 제때받지 못해 뛰쳐나왔지만 이곳은 한국사람보다 훨씬 적은 액수나마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어 여간 만족스런 것이 아니다.

“하루 10시간의 노동 때문인지, 궂은 일 탓인지 한국사람은 들어와도 금방 그만둡니다. ”모하메드씨에게는 한국에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작년 7월 모로코에서 온 이스마일(31)씨는 아파트 공사, 수도관공사, 창고 물건 나르기 등을 하다 지금은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공사장 막일이나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젊은 한국인들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직업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그의 따끔한 지적이다. 그는 또 “한국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해주는데도 외국인에 대해 적대적”이라며 “한국은 경제발전은 이룩했지만 노동에 대한 미덕은 모두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26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이른바 3D(Difficult, Dangerous, Dirty·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업종에서 종사하는 불법체류자들. 모국에서는 대학을 나온 엘리트이지만 한국에서는 건설현장, 공장 등에서 모자라는 일손을 채우고 있다.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실업난 속에서도 3D업종에서는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3D업종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나면 생산활동이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인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의 기초적인 부분을 떠받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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