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지난 2006년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의 개정으로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원중재제도가 폐지됐고, 필수유지업무가 새로 도입됐다.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가 페지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필수공익사업의 범위가 오히려 확대되고 쟁의행위시에도 반드시 유지 돼야 하는 필수유지업무의 운영 및 유지 수준 결정 등 필수유지업무가 또 다른 노사 간 분쟁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어 많은 우려가 예상되기도 했다.

실제로 노사가 자율협정을 통해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했거나 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정해졌을 경우 필수유지업무를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정해진 경우 지나치게 필수유지업무 범위와 수준을 넓게 잡아 사실상 쟁의행위가 불가능할 정도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이번 대상 사건도 마찬가지다. 노사 간 자율로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게 되자,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노동위의 결정 수준이 너무 넓어 사실상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정도가 됐다. 노조는 이러한 결정에 대한 취소를 청구한 것이다.

사용자의 일방적 신청으로 인한 노동위원회 결정의 문제점

필수유지업무 협정은 노사 간 자율로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다른 노사 간 쟁점과는 달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업무에 대한 특성을 감안해 필수유지업무 수준 등을 결정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협정의 특성을 감안할 때 노사 간 자율로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노사가 합의하에 노동위원회에 그 결정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를 통한 필수유지업무의 결정의 경우 노사자치주의에 반해 대다수가 사용자측이 단독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필수유지협정 자체가 교섭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이 쟁의조정을 거쳐 단체행동에 들어가고자 할 때 교섭도 없이 결정을 신청하고 노조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를 갖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동종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업종수준에서의 공통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필수유지업무 수준이 균일하지 않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필수유지 수준과 필요인원비율의 오해로 인해 필수유지업무가 100%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결정이 마치 필요인원도 100%로 유지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건으로 돌아가서 노조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다. 필수유지업무 자체가 단체행동권의 제한 정도가 아니라 본질적인 사항을 침해한다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주장이나 노동위원회 결정의 근거에 대한 명확성원칙, 법률유보원칙 위반 문제, 다른 업무 근로자와 차별한다는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등이 그러하다.

병원의 경우 노조법시행령에 필수유지 업무의 범위를 응급의료·중환자 치료·분만·수술·투석·마취·진단검사·응급약제·치료식·환자식 등으로 정해 놓고 있다. 비필수유지업무로는 원무·행정·시설관리·일반 환자식·외래진료·입원진료·보조진료(물리치료 등)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은 필수유지업무 결정에 대해서도 유지 및 운영수준에서 대체근로 가능성, 근무시간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상인원과 필요인원 결정시에도 해당업무 소속 근로자수로 할 것인지 직종별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문제, 중환자실의 경우처럼 대상직무의 연관직무로의 확장성 여부, 산소공급, 비상발전 및 냉난방업무 등 지원업무의 포함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보다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 필수유지업무 범위와 유지운영수준의 결정기준과 업무대체율 등에 있어서는 몇가지 문제가 남는다.

공익에 대한 피해 최소화와 쟁의권 보장의 ‘조화’ 필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노동기본권의 제한을 풀기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공익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는 등 제도 자체만으로는 공익성과 쟁의권의 조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운영이다. 특히 공익을 내세워 쟁의권을 아예 보장하지 않으려고 할 때 문제가 나타난다. 그러한 시도가 노동위원회 결정을 통해 확정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판결도 마찬가지다. 공익성과 쟁의권의 조화보다는 어느 일방에 대한 희생 강요에 가깝다.

예를 들어 필수유지업무 수준과 대체인원 투입을 연관지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가 현실적으로 근로자를 대체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 수준을 더 높게 결정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병원 등은 이러한 경향이 강해 유지 수준이 100%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필수유지업무에 대해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특수성을 이유로 유지수준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쟁의권에 대한 이중적인 규제가 된다.

향후 필수유지업무 결정은 제도 취지대로 쟁의권을 보장하면서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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