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은 고위정책협의회를 통해 주요 노동이슈를 조율한다.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면서 1년여 만에 열린 9월 말 고위정책협의회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은 당시 고위정책협의회에서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타임오프 한도 조정을 위해 10월 중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의 공기업 정책 수정 요구와 고용대책 제안에 대해서도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11월 현재까지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나온 게 없다. 세 가지 이슈와 관련해 정부가 한 달 만에 내놓은 대답은 기대 이하였다. 우선 3일 한국노총과 기획재정부 간 공공부문 실무협의회 결과는 한국노총을 당황하게 했다. 기재부는 내년 공무원 임금인상률 5.1%(호봉승급분 제외)에 훨씬 못 미치는 공공기관 인상률을 제시하며 5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국노총은 4일 긴급대책회의를 거쳐 김주영 부위원장·백헌기 사무총장이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공운위 회의에 제동을 걸었다. 기재부는 공운위에서 예산편성안 상정을 유보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 문제는 잠복해 있다. 더구나 기재부는 한국노총이 제기한 인력증원과 초임삭감 원상회복 등의 요구를 거부했고, 표적감사 중단 요구는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제외했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노총과 고용노동부 간 고용대책 실무협의회도 진척이 없었다. 한국노총은 정년 60세 법제화·청년고용의무할당제·노동시간단축·구직촉진수당 도입을 요구했지만 노동부에서 돌아온 대답은 “방향은 맞지만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노총은 정년 60세 법제화를 위해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에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를 앞두고 정년연장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중 타임오프 한도 조정을 위해 근면위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노사정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사문화선진화위원회에서 타임오프 현장 실태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타임오프 개선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부가 근면위 소집에 대해 공공연히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이 또한 불투명하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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