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환율분쟁 해소를 위한 추가조치와 보호무역주의 배격 등의 내용이 선언문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 개혁안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이 고착화되고 국제금융자본의 횡포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6~12일을 ‘G20대응민중행동 주간’으로 선포하고 집회와 각종 포럼·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상회의에 맞서 ‘G20 노동조합 정상회의’를 개최해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G20 정상회의 첫날인 11일 파업을 벌인다. G20 정상회의. 노동계는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용·사회정책 다뤄야”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불안정 해소를 위해 일정정도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가 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국가 간 상충하는 사안을 조정하고 특히 고용·사회정책을 다뤄야 한다. 그런데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고용·사회정책 의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좋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고용의제가 다뤄지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고용확대를 위한 투자 등 전반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G20 정상회의를 맞아 국제노총(ITUC)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ITUC 등 국제노동단체는 G20 정상회의에 G20 국가가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구를 할 계획이다. 급격한 출구전략이 아닌 양질의 고용전략 유지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노동단체는 G20 정상회의 내에 ‘노동포럼’을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 G20 정상회의에서 노동포럼도 고려해야 한다.


“애초 목표대로 금융규제 강화해야”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G20 정상회의는 애초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경제안정과 투기적 금융자본 규제를 목표로 만들어진 회의체다. 또 영국·미국·캐나다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기본권·복지 약화 등을 하지 말자는 합의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세계 노동·민중단체들의 판단이다.
우리는 G20 정상회의가 애초 목표대로 투기적 금융자본을 규제하고 또다시 발발할 수 있는 세계 경제위기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금융기관 대형화∙겸업화 정책 폐지 △금융기관 사전∙사후 규제 강화 △금융거래세 및 은행세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요구를 깊이 있게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세계 지성들이 모여 토론하는 서울국제민중회의 개최를 계획했다. 또 11일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통해 이러한 요구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국격 운운하기에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서강대가 서울국제민중회의 장소 사용허가를 취소하는가 하면 각종 집회도 금지당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용인됐던 행사다. 정부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대응한다면 노동계의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계만의 의제와 해법 제시해야"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



이번 G20정상회의에서는 금융위기 극복이 가장 큰 이슈지만 자본시장을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다. 곁다리인 환율 문제를 가지고 유럽경제를 살려 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을 통해 중국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심산이다. 때문에 이번 G20 정상회의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패권을 놓고 벌이는 정치싸움이다. G20 정상회의보다 후속으로 만나는 각국 국가별 정상회담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G20의 다른 특징도 유념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는 이슈를 부문별로 논의한다. 기구의 핵심 영역에 대한 부분만 논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G20은 각국이 현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다 건드릴 수 있다. 큰 틀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각국별 회담으로 간다. 다시 말해 세계 총자본이 세계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각국 정상이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재벌대표들이 모여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총자본 안에서 몫을 배분하는 과정이 G20 정상회의인 셈이다.
노동계는 의제를 정확하게 알고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폐해나 금융시장 통제 필요성을 의제로 삼을 만하다. 1초 만에 이윤이 실현되는 금융시장이 산업기반을 와해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이 이윤을 찾아 들쭉날쭉하니 제조업하는 사람들이 장기투자를 할 수 없다. 전당포가 장악하는 꼴이니, 이를 막을 자본시장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대책을 해법과 함께 미리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의제는 국제연대도 가능하리라 본다.


“미국에 경제위기 관련 사과 받아야”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




경제위기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고 있는 미국의 사과를 받아 내야 한다. 되레 총대를 메고 미국의 요구를 앞장서서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런 역할을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가 했으면 좋겠다.
97년 외환위기 때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 결과는 외국, 특히 미국자본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줬다. 반면에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경우 미국이 달러를 대랑 발행해 은행들을 지원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런데도 달러를 대량 발행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은 미국이 그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면서 환율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통화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문제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통화절상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아무리 수출을 해도 달러이익이 떨어지게 된다. 미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한술 더 떠 미국에 사과를 요구할 생각은 않고 의장국의 책임을 지겠다면서 능력이 없는데도 중재를 하고 있다. 앞장서 통화절상에 나서면서 실익을 잃고 있다.
노동계와 NGO들이 미국에 사과를 요구하고, 한국정부가 실익을 챙기도록 강제해 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의제화시켜야”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이번 G20 정상회의를 영미식 경제모델 확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유럽식 사회경제 모델들을 제시하고 어젠다를 선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특히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제기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적 기준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수고용직의 결사권을 제한한 것이다. 특수고용직이 노조를 조직할 자격이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은 정부의 권한이 아닌데도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 불법파견 사내하청 같은 위장된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비정규직 규모가 줄지 않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50% 이상 비정규직인데, 최근 양상은 더욱 우려스럽다.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질이 나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줄고 대신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있다. 또 노동조건이 가장 열악한 호출근로가 대폭 늘고 있다. 노동계는 이러한 비정규직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사회의제화하고, 고용안전성 확보방안을 G20 정상회의 의제로 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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