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도노조 유죄 vs 가스노조 무죄로 엇갈린 형사 1심 판결

철도‧발전‧가스노조 등 소위 공공기관 노조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사용자측에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 단체협약에 대한 대폭적인 개악을 시도했고, 노조의 일부 양보에도 불구하고 백기투항을 강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소속 노조들은 자연스럽게 공동대응과 투쟁을 기획하게 됐고, 2009년 11월6일께는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명의로 파업출정식과 집회를 개최하면서 단위 사업장 일정에 맞춰 파업을 전개했다.

파업 직후 정부와 사용자측은 파업 목적이 ‘경영권’에 관한 것으로 근로조건과 무관한 파업으로 규정했고, 이에 따라 검찰도 종전 관행과 같이 즉각적인 수사 개시를 통해 철도·가스노조의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파업이라고 단정을 짓고 노조간부들을 형사기소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검찰의 이와 같은 기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즉, 철도노조의 경우 2010년 7월2일자 형사 1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단12 판결)에서는 파업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고 보아 업무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한 반면 이 사건 가스노조의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파업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업무방해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2. 파업 목적의 정당성 판단에 대한 기존 판례 법리 적용의 현실

우리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로 되기 위한 요건으로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의 적법성이라는 모든 요건 구비(대법원 2000.5.12 선고 98도3299판결 참조)나, 특히 목적 요건과 관련하여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대법원 2001.6.26 선고 2000도2871 판결 참조)”는 기존 판례 법리에 입각해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가 문제되는 모든 민·형사 사건에서 판단을 해왔다(물론 파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기존 판례 법리가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체행동권 보장과 충돌하는 점이 있다는 부분은 논외로 한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과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기존 판례 법리에 입각해 문제된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 내지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판단한다고 하면서도 너무도 쉽게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불법 파업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 현실의 모습이었다. 즉, 검찰은 단위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발행한 선전물이나 성명서‧보도자료‧집회에서의 발언 등을 주된 근거로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과 무관하다며 업무방해죄로 기소를 했고, 법원에서도 대략적으로 이에 입각해 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왔던 것이 현실이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이 사건 대상판결은 파업 목적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새로운 법리를 설시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 판례 법리를 가지고 구체적 사안에 포섭을 하면서 쟁의행위에 대한 악의적이고 피상적인 왜곡이 아닌 단체행동권이 가지는 헌법적 가치에 입각해 신중한 판단을 했고, 목적의 정당성을 너무도 쉽게 부정하는 현실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즉 대상판결은 가스노조가 문건이나 집회를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 반대를 위한 활동을 했던 점이 이 사건 파업과 상당한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도 파업에 이르게 된 진정한 목적을 살펴서 “가스노조가 새로운 단체협약이 필요한 시기에 근로조건을 중심으로 한 단체교섭을 진행하다가 단체행동에까지 나아간 것이므로 이러한 단체행동이 근로조건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실행된 것으로 쉽게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검찰의 주장과 달리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던 것이다.

4. 맺음말

그동안 쟁의행위 정당성에 관한 판례 법리를 현실에서는 다소 피상적 내지는 악의적으로 적용해 왔고, 이는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무력화로 이어진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검찰과 법원에서도 헌법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보장의 의미를 법 적용 과정에서 깊이 고려해 할 것이다. 아울러 가스노조의 사안과 철도노조의 파업 사안이 동일한 법적 쟁점과 유사한 사실관계인 이상 가스노조의 1심 형사판결의 판단이 철도노조의 형사 2심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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