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노동위원회 개편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공익위원에 대한 노사 교차배제권을 삭제하는 대신 추천권만 부여했다. 또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은 뒤 재심 신청기간(10일)이 지나면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개정안이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7일 노동위원회를 독립된 준사법 행정심판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의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을 따로 마련해 의원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위원회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무엇일까.



“노동부에서 분리해 행정심판기구로 독립시켜야”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


정부의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은 당초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수정을 했지만 그 한계는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노동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노동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노동위원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노사분쟁의 심판·조정기능을 담당하는 준사법기구임에도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으로 돼 있다. 예산배정과 인사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노동부에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 행정공무원, 조사관 등에 대한 인사권·예산권을 노동부가 실제 행사하고 있다. 또 이들 행정공무원들은 노동부와 노동위를 순환근무하고 있어 노동분쟁을 다루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 독립성과 위상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정한 사법적 판단을 요하는 노동분쟁 사건 처리가 노동부의 정책방향에 좌우돼 공정성 시비가 제기돼 왔고 심지어 노동부가 차별시정 판단과 필수유지업무 범위결정 등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노동위에 보내는 실정이다.
노동위는 준사법기구다. 위상·중립성 강화·노사 신뢰 제고를 위해서라도 노동부 산하기관이 아닌 완전히 분리된 국무총리 직속 행정심판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


“노사정 3자 합의체 원칙 지켜야”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복수노조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위는 행정법원과 다르게 당사자주의에 기초해 노사정 3자 합의체로 운영되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특색이자 장점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교섭대표결정위원회에 공익위원만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각종 노사나 노노갈등 문제가 교섭대표결정위원회에 쏟아질 텐데, 정부는 위원회에 노사 양측 대표자의 참여를 배제시켰다.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노동위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오히려 분쟁만 촉발시키고 노동자로부터도 불신만 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공익위원에 대한 노사 교차배제권을 삭제하고 추천권만 보장하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노동위는 당사자주의와 노사정 3자 합의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강화해야 한다. 노사 참여를 보장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때, 노동위가 노사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동위를 노동법원과 같은 독립적 사법기구로 발전시키는 방안은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전문가들과 노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교차배제권 삭제 아쉬워, 전문성 강화해야"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공익위원 후보에 대한 교차배제권이 끝내 삭제된 것은 아쉽다. 노동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다. 당사자들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추천된 공익위원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 배제권이 노사에게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노동위는 법을 대폭 손질하기보다는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노동위 판정에 대해 승복률이 떨어지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성 확보의 전제는 공익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다. 노동위 공익위원 인력풀의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지방노동위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같은 사건을 놓고 달리 판정하는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운영도 효율화해야 한다. 심판과 관련해 근로자들이 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화해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 조정의 경우 10일의 조정기간만 경과하면 파업이 가능하도록 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해고통보를 서면으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고사유가 분명한데도 원점으로 되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노동위에 대한 신뢰약화로 이어진다.


"현 체제도 전문성과 독립성 충분"
류경희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




당초 입법예고안보다 노동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했지만, 노동계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노동계 주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로부터의 독립이나 노동법원 설립이 마지노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노동위원회가 노동부 소속이기 때문에 독립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오해다. 노·사·공익위원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노동부가 그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위 판정에 대해 노동부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노동계는 노동부 공무원들이 노동위원회에 파견을 나가고 노동부가 예산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그런데 노동위의 조사관들은 노동부에서 근로감독관을 한 사람들이다. 감독관을 하면서 현장을 알게 되고, 조사관을 하면서 법리를 적용하게 된다. 이런 부분이 상호작용하면서 전문성을 담보하게 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 특히 비상임위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노동위 체제에서 이런 시스템은 더욱 필요하다.
현 체제를 대폭 바꾸는 방법만이 취약근로자들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노동위 취지에 맞는 것인지, 노동계가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좋겠다.


“중노위 임의화, 많은 문제 발생시킬 것”
김철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참터)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임의화다.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엇갈릴 때 한 건은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하고, 다른 건은 행정소송을 한다면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분쟁해결 시스템의 접근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노동사건을 일반행정사건과 동일하게 취급해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독립성도 문제다. 그동안 노동위원장만 외부인사로 임명했지, 인사권이나 예산권은 여전히 노동부 영향력하에 있었다. 이는 중노위의 공정성·중립성을 훼손하고 노사의 불신을 자초해 왔다. 개정안은 노동위를 노동부 산하에 두겠다는 의중을 담고 있다.
단기적으로 노동위를 독립시키고 공익위원들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위원장을 대법관급으로 임명하고 구성원도 법관들로 채워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심제가 문제된다면 중노위 결정 후 고등법원 바로 올라가는 방안을 검토하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노동법원을 대안으로 고민해야 한다. 노동위에서 해고 문제까지 다루면서 논란이 많았다. 해고 문제는 노동법원에서 다뤄야 한다. 노동법원은 접근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공무원노조나 교원노조가 설립된 만큼 국가도 사용자 위치에 있다. 노동위가 행정기관인데, 판정권자가 되는 것은 모순이다.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은 조배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동법원 관련 법안과 패키지로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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