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년배’들 사이에서 꽤 많은 관심을 끌던 한 유튜브 영상이 있다.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삶의 의지를 다질 수도 무작정 절망할 수도 없는 이 사회를 원망했다. 젠더미디어 슬랩(slap)은 대한민국의 20대 여성 자살률을 ‘조용한 학살’로 표현한다.해당 영상은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시도자가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은 3천5명(전체의 32.1%)임을 밝히며, 이를 코호트(특정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인구집단) 효과로 설명한다. 코호트 효과는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구분한 출생 코호트의 비교에 의해 특정
1.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던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사태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절차 진행으로 소란했던 시국이라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민적 관심사는 고사하고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이 높지 않았다. 주요소식으로 메인뉴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과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다시 귀태라는 단어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鬼胎)라고 했는데, 이 말은 7년 전인 2013년에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사용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홍익표는 도쿄대 강상중 교수가 쓴 책에서 인용했다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고 했다. 당연히 새누리당은 극렬하게 반발했고, 결국 홍익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사과한 다음 원내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8년 5월, 최저임금법의 엄청난 개악이 있었다. 개정 전에는 기본급 성격을 지니는 임금만이 최저임금 항목으로 취급됐지만, 이 법 개정으로 상여금과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임금이 최저임금 항목에 포함됐다. ‘상여금’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도 적은 임금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판례는 애초 상여금은 연장·야간·휴일에 하는 노동에 대해 할증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임금 개념인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대법원은 2013년에 와서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다면 상여금도 통
“새 통념이 필요해요.” 수년의 노력 끝에 노조를 만든 그가 말했다. 통념이란 공통의 생각이다. “사회통념을 깬다”는 표현처럼 통념을 낡은 사고로 생각할 수 있지만 통념은 사라지고 새로 탄생하기도 한다. 통념이 꼭 필요할까. 유발 하라리는 상상의 질서가 낯선 사람과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다른 동물은 가까운 개체들과 집단을 만든다. 인간은 지역을 넘어 민족을 만들고 국경을 넘어 계급을 단결시켰다. SF영화에서는 외계 침입자에 맞서 인류를 단결시킨다. 상상으로 만드는 공동체는 말과 글과 신호를 통한 상호작용 결과다. 크든 작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生)과 사(死), 태어나고 죽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돼 왔다. 처음에는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그쳤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농촌과 도시 할 것 없이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못 하고,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문제다.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고 세계 최저다. 이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신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머지
청년유니온 사무실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상권이 무너졌다’는 신촌, 그중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적은 쪽에 있다. 사무실을 오가며 ‘임대’ 표지를 마주할 때마다 저 ‘임대’ 딱지만큼이나, 혹은 그 몇 배의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길 건너편, 나아가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다고 생각했던 다른 길목에까지 ‘임대’ 스티커가 붙는 것을 봤다. 빈 가게가 늘어가는 만큼 무거운 마음도 퍼져 간다. 코로나19에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소매·숙박·음식·교육 등의 서비스업종은 ‘아르바이트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다넨로트 숲에서 무장 경찰과 흰옷을 입은 환경운동가들이 대치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고속도로 확장을 위해 250여년 된 참나무숲 일부를 내년 2월까지 밀어내겠다는 당국의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나무 위에 임시 시설물까지 만들어 당국의 개간 작업을 저지했다. 이날 경찰도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막았다.동아일보는 지난 7일자 국제면에 검은 옷의 무장 경찰과 흰옷을 입은 환경운동가들이 숲에서 대치한 사진을 실었다. 두 무리의 옷 색깔이 선명하게 대비됐다. 만약에 우리나라
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언론들은, 심지어 매일노동뉴스마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라고 쓰고 있지만 환노위를 통과한 개악안은 ILO 협약과는 상충되는 내용들이다. 가장 우려되는 몇 대목만 지적해도 아래와 같다.첫째, 특수고용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지난 십수 년간의 ILO 권고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10만명의 국민청원으로 발의된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
2020년 겨울의 모습을 보자.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집권세력 중심의 부패 비리를 수사하자 검찰총장을 아예 날려 버리려 한다. 미국이었으면 사법방해죄로 장관이 오히려 법정에 서야 할 판인데, 정부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개혁이라고 칭한다. 180석을 차지한 범여권은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은 내팽개쳐 두고, 권력 유지와 관련한 법안들만 기를 쓰고 통과시키고 있다. 심지어 국민과 한 약속도, 여야가 합의한 내용도 제멋대로 바꾼다. 입법 독주를 넘어 입법 사기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아예 청와대에 숨어 버렸다. 이 시국에도 대통령만 옳다며 고
대부분 시내버스 기사들은 운전기사로 취업하면 버스 노선을 숙지하고 시내버스 운전을 익히는 견습기간을 가진다. 그런데 이 견습기간에 임금도 받지 못하고 근로 기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상담자는 시내버스 회사에 운전기사로 취업해 견습기간을 3개월 하고 정식 운전기사로 발령을 받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무하던 중 3개월이 되기 전 해임통보를 받았다. 해임사유는 근무 중 신호위반 1회, 무정차 1회 등이었고, 회사는 수습기간 중 해고라 주장했다.상담자는 해당 회사에 이력서와 버스운전자격증 등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에
노동조합·시민단체·기관 행사에서 직책 있고 명망 있는 중년 남성 무리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질 때가 종종 있다. 연단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다 남성이거나, 발표나 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줄이어 남성이거나,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남성이면, 속으로 ‘아…’ 하는 탄식이 조용히 나온다. 그 마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네가 유학을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고 가정해 봐. 너는 다른 학교가 아니라 그 학교에 꼭 가고 싶어. 입학 공지에 ‘한국인이면 입학할 수 없다’ 이런 규정이 있지는 않아. 그런데 그 학교에 입학한
아름다운 말과 그렇지 못한 말이 있다. 아름답지 못한 말의 예로 비어나 속어 같은 걸 들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아닌데도 불쾌감을 주는 말을 만날 때가 있다. 낱말 자체야 아무런 죄가 없다지만 그런 말이 생기도록 한 사람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아래 낱말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낄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육병풍(肉屛風) : 여자를 줄 세워서 병풍의 대용으로 한 것을 이르는 말. 중국 당나라의 양국충(楊國忠)이 겨울에 자신의 비첩 가운데 뚱뚱한 자를 골라서 줄 세우고 찬바람을 막은 데에서 유래한다.=육진(肉陣
1. 코로나19가 덮쳐 쑥대밭인데도 세상은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개발 소식에 미국·한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주가는 고가 행진이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자료 ‘세계 코로나19 발생현황’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는 6천583만2천617명, 누적 사망자는 152만3천38명이다. 국가별 확진자는 미국이 1천419만1천298명이고, 인도 964만4천222명, 브라질 653만3천968명, 러시아 246만770명, 프랑스 224만1천830명이며, 그리고 영국과 이탈리아·
정부 기관에서 억울하게 해고된 청원경찰을 대리해 부당해고를 다툰 적이 있다. 이 청원경찰은 공무직 노동자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눈 밖에 난 이후, 체육관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체육관을 운영한 것은 배우자였고, 본인은 업무시간 외에 체육관 운영을 도와준 것이며 업무에 태만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용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이 기관의 ‘공무직 근로자 관리규정’에는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었지만, 사용자는 공무원 복무규정의 겸직금지 규정이 당연히 청원경찰에게
1.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검사징계법 5조2항 2호와 3호가 검찰총장에게 적용되는 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와 효력정지신청을 제기했다고 한다. 주장의 주요 논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징계위 구성을 주도하는 것은 소추와 심판의 분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등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 일부 언론은 해당 조항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2. 통상 임면권자(사용자)의 징계권에는 징계의결요구(징계청구), 징계위원회 구성, 징계심의·의결, 징계처분(집행) 등의
매일노동뉴스가 지령 7천호를 맞았다. 노동문제를 다루는 매체가 30년 가까이 버텨 온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렵다. 그 밑바탕에는 청춘을 갉아 넣은 기자와 경영진, 구독료를 꾸준히 내주는 유료 독자와 주식을 사 준 주주, 그리고 광고를 맡기는 광고주의 힘이 절대적이다. 가벼운 재미와 속물적 천박함이 미디어의 생리로 잡아가는 시대에 무거운 화두인 노동을 둘러싼 소식을 전하는 매일노동뉴스는 답답한 매체로도 느껴진다. 시대에 발맞춘 참신한 발상과 헌신적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매일노동뉴스도 존폐의 위험에 처할 것임은 명약관화하
남섬의 중심지인 크라이스트처치와 남쪽 끝 도시인 인버카길의 중간쯤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 오아마루는 인구가 2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다. 도시에 들어서면 빅토리아 시대풍의 건물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거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18세기 유럽으로 시간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녹슨 증기기관차와 회색빛 열기구가 떠 있는 스팀펑크 박물관(STEAMPUNK HQ)까지 더해지니 영락없이 캠핑카를 탄 시간여행자 느낌이다. 기껏해야 공중전화 박스를 타고 다니던 우주 시간여행자 ‘닥터 후’에 비하면 이 얼마나 호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일 14면 머리기사로 ‘中企 이러다 망할 판 호소에도 … 52시간제 밀어붙이는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1면에 ‘中企 코로나 비명에도 정부, 내년 52시간 강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6면에 ‘코로나로 중소기업 힘든데 … 정부 주 52시간 확대 강행’이란 제목의 기사에 이어 B1면에도 ‘52시간제? 벌금 무는 수밖에 없어요’라는 중소기업 사장의 눈물 어린 호소를 제목 달았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B1면에 ‘中企 10곳 중 4곳 내달부터 주 52시간 준비 안
2기 노회찬 정치학교 수료식이 지난달 28일 있었다. 선발된 네 명의 장학생도 발표하고, 축하 인사와 마지막 건배 제의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재난 시기에 진행된 2기 정치학교는 모집을 위한 면접부터 수료식까지 전 과정이 비대면이었다.시작할 때 노회찬재단의 정치학교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었다. 정치학교 수업은 강의를 듣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모둠을 이뤄 함께 과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을 강조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재난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대면 방식을 계속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강의의 주제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