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동계 추천으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8년간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위원 활동을 수행했다. 최근 산업재해 국선노무사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는 공인노무사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제도에 찬성하는 노무사들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어 이 글을 쓰게 됐다.산재 국선노무사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노무사들의 주장은 “도입 취지는 공감하나 노무사들의 수익구조가 낮아지기 때문에 반대한다”인 듯하다. 그런데 현재 노무사 업계 실상을 들여다보면 산재 대리업무는 영업력 있는 일부 노무사들에게 편중돼 있다.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지하 공간에서 프레스 스크랩 청소작업을 하던 마스터씨스템(주)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마스타씨스템은 현대차 울산공장의 각종 설비와 공정 가동을 위한 점검·수리·정비 같은 보전작업을 담당한다.사고는 원청사 중역이 현장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예정되지 않았던 지하 피트공간 베일러머신 주변의 스크랩 청소를 하던 중 발생했다. 금속 잔여물을 압축하는 기계인 베일러머신 주변에 쌓인 스크랩과 작업장 바닥에 떨어진 스크랩을 치우는 작업을 하는 동안, 설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당일 작업에 투입된 세 명
서울시는 지난 2012년 3월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을 계기로 민간위탁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에 대한 정규직화에 나섰고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자회사 전환처럼 무늬만 정규직이 아닌 직접고용이 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또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 국민의 생명·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직군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지난 2019년 2월 ‘공공부문 민간위탁 분야 정책추진 방향’을 발표, 민간위탁 노동자에
한국마사회는 국가에서 경마산업의 독점권을 부여받은 공기업이다. 경마산업 독점기업으로서 마사회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권한을 경마유관 단체들과 소속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갑질을 하는 데 쓰고 있다. 각종 갈등에도 관리감독 의무를 져야 할 경마시행체인 마사회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마사회 권한은 단순히 마방(마구간)을 임대하고 경주를 시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주 모집부터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와 기수의 면허 부여, 조교사의 마방대부, 장제사와 개인 수의사의 개업, 마필관리사에 관한 모든 규
지난 8일 드디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상을 참으로 떠들썩하게 했는데, 이 법으로 과연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법률 내용을 뜯어보면 왜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드느라 그 야단을 피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 경영책임자를 최고 7년 이하 징역형으로 벌할 수 있고 양벌규정에 의거 기업도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형량이 부족했다면 형벌의 상한을 올리거나 하한을 둘 수도 있고, 과태료를 대폭 올리거나 과징금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도 있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5명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한 번도 쟁점이 된 적이 없다가 법안심사1소위 논의 중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강력한 요청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으로 끼워 넣어 신속하게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다. 게다가 ‘유예’도 아니고 ‘제외’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350만명이 넘고,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한 해에 400명이나 된다. 작은 사업장이라고 해서 산재가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2020년은 이랜드그룹 40주년이었다. 이대 골목에서 잉글랜드라는 작은 보세 옷가게로 시작한 이랜드는 재계 순위 50위권 안으로 성장했다. 성공 신화의 주역인 노동자들에게 포상과 격려를 해야 할 해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상 경영체제, 부족한 인력, 비용 절감, 무급휴직, 법인 분리를 통한 외주화까지 이랜드 노동자들은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져있다.지난해 노조와 회사는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경영악화를 우려해 임금 동결을 전제로 고용안정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무급휴직·법인 분
나는 직업병을 예방하는 일을 한 지 20년째인 의사다.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1980년대 말에 15세에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문송면군 사건과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노동자를 위한 의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심의 회의록을 읽어 보고, 중대재해 정의에 직업병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중대재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야 모두 동의한 것은 첫째 업무로 인한 사망자 1명 발생, 둘째 동일한 원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적재물과 압도당하는 크기. 고속도로에서 화물자동차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속도를 내서 추월해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이다. 매년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51%는 화물자동차 사고이고 이는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뉴스에서 화물자동차는 대부분 ‘가해 차량’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실제 화물노동자는 불합리한 화물운송시장 구조의 피해자다.벌크시멘트르레일러(BCT)는 총길이 16미터, 높이 3.5미터, 총중량 40톤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화물자동차 중 하나다. 지난달 28일 BCT 화물노동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에서 “민생과 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때 협치의 성과는 더욱 빛날 것”이라며 국회와 행정부의 ‘협치’를 강조했다.협치(協治)는 통치(統治)와 별개의 개념이다. 통치는 각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지도자에게 양도하고, 혹은 양도당해 대리인으로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협치는 각 사회 주체들이 국정에 참여해 운영하는 개념이다. 통치가 지도자의 의중과 능력에 의존한다면, 협치는 사회 주체들의 참여와 민주적 의사 형성절차로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제도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쩨쩨하다’는 형용사를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다”고 풀이하고 있다. 미루어 짐작건대, 여자가 하는 집안일 정도로 치부되는 ‘가사노동’도 쩨쩨하게 여겨지는 일들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국어사전에는 가사노동이나 가사노동자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대신 식모·파출부·가정부 따위의 단어를 찾아볼 수는 있다.식모(食母) : 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파출부(派出婦) : 보수를 받고 출퇴근을 하며 집안일을 하여 주는 여자가정부(家政婦) :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네 살의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이 산재로 사망했다. 그의 비통한 죽음으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김용균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으로 발생한 책임 공백, 안전 공백 상태를 지목했다. 업무를 잘게 쪼개 외주화함으로써 원청과 하청 간, 또 하청과 다른 하청 간 분절된 작업환경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현장의 최전선이자 지휘체계의 끝자락
12월12일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기간에 김용균 추모문화제를 개최하려고 2주 전에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신청을 했다.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은 서울 종로구청 소유다. 김용균 추모문화제에서 한국작가회의 시인들은 고 김용균 노동자 관련 시를 낭독하고, 노래극단 기다림은 대사를 낭독하고 노래 공연을 한다.최근 서울 종로구청 야외공연장 대관 심의회의가 있었다. 대관 심의에서 부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부결된 이유는 추모문화제가 정치적이라는 것이다.“사랑노래 같은 것만 해야 합니까? 노동자를 위해서 노래하면 안 되나요? 그
최근 현대자동차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중고차 판매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해서 영세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그들의 경영철학인 창의적 사고와 끝없는 도전인지 되묻고 싶다.물론 기존 중고차시장에서 허위매물과 미끼매물로 소비자를 우롱한 극소수 딜러들의 행태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우리 업계는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정직한 판매를 통해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시장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어느 분야이든 비양심적인 행태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대기업에게 혼탁
# 노동자 A씨는 동영상 편집 일을 하다 퇴행성 디스크로 걷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러 퇴사했다. 실업급여를 받고 싶은데, 사업주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고 있어 퇴사 후 2~3달이 넘었는데도 이직확인서를 처리해 주지 않고 있다. 자진퇴사 처리를 종용하고 있다.# 노동자 B씨는 어린이집 근무 중 목 디스크로 인해 목과 다리에 장애가 왔다. 어린이집은 퇴사를 종용하면서도 “해고”라는 말은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다.# 행사 대행 일을 했던 노동자 C씨는 나무 합판이 쓰러지는 바람에 발목·허리를 다쳤다. 처음에는 단순 타박상으로 봤다. 사측에서
㎾최근 국선노무사 활동을 하는 후배 공인노무사가 필자에게 전화해서 노동위원회 권리구제업무 국선대리인 제도의 현실을 토로한 적이 있다. 기존에는 노동위 권리구제업무 국선대리인 사건이 화해로 종결된 경우 국선대리인이 15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그런데 9월1일부터 화해보수를 10만원으로 삭감하는 대신 부당해고 등을 인정받으면 기존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보수를 상향했다. 이는 사실상 삭감이나 다름없다. 국선노무사들의 보수를 인상해 줘도 시원찮을 판에 얼마 되지도 않는 보수를 삭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선노무사 제도가 잘못돼도
올해 여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의사 파업’ 사태가 있었다. 정당성이 취약하고 여러 가지로 무리했던 의사 집단의 파업행위에 대해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파업’ ‘특권적 지위를 가진 의사 집단의 이기주의적 행태’ ‘노조도 아니고 필수인력배치 등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불법 의료 거부행위’ 등 이유도 다양했다. 오랫동안 파업에 대해서 비난과 악선동을 일삼던 자본단체나 수구언론 또는 보수정부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민교협과 참여연대, 보건의료 분야의 시민단체는 물론 관련 노조와 일부
“우리는 생각합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시간도 없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열아홉 살 특성화고 졸업생 청년노동자를 생각합니다. 무거운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콜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기고, 끝끝내 숨진 열아홉 살 전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자를 생각합니다. 생일을 닷새 앞두고 살벌한 프레스 기계에 끼여 숨진 열여덟 살 제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자를 생각합니다. 다음달엔 여행을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작은 행복을 바라던, 이마트에서 무빙워크 수리 도중 몸이 끼여 숨진 특성화고 졸업생 스물한 살
대구시는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헌법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내려 대구시 전 지역에서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10월12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하향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집회 참석 가능 인원을 10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상향했음에도 대구시는 집회금지에 대한 행정명령을 지속적으로 연장조치하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집회금지는 풀지 않고 있다.집회와 방역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민주주의 원칙과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과잉금지’하고 있는 것에
탈퇴서가 들어온다. 본격적으로 투쟁을 시작하니 생계에 압박을 느낀 동지들이 떠난다. 몇몇 지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한 동지가 비판한 것처럼 ‘게으른 노동조합’의 후과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무시 못 하지만 우리는 조직사업·조합원 교육·현장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대화와 교섭·법률 대응에 기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투쟁하자” 하니 잘 될 리 없다.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요구는 무슨 법을 만들거나 뜯어고치자는 대단한 제안이 아니다. 수백명 대량해고 사태를 해결하라는 것도 아니다. 고작(!) 조합원 5명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