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동성애자 佛 총리 됐다’ 지난달 10일 조선일보가 15면(국제면)에 얼굴 사진과 함께 보도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새 총리 관련 기사 제목이다. 프랑스 총리는 국민이 투표로 뽑는 선출직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그의 실력을 단언할 순 없다.내가 놀란 건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보다 34살에 불과하다는 거다. 더 놀라운 건 별 이력도 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진행된 파격 총리 인선이 아니라 정부 대변인과 공공회계 장관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교육부 장관으로 일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이성애자가 아니라고 밝힌 첫 프랑스
* 이 글은 드라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드라마 는 첫 화에서 선문답의 화두 같은 아리송한 장면을 보여준다. 사무실에 나타난 벌레를 요란스레 무서워하는 직원들과 벌레를 잡아 그냥 꾹 눌러 죽이는 파견직원 이지안(이지은 분)의 대비가 그것이다. 이 장면은 기독교식으로 보면 지안이 곧 신과 같은 위치에 오른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다른 생명을 함부로 거둘 수 있는 존재는 신뿐이기 때문이다. (극에서 지안은 과거에 사람을 죽인 적이 있으나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진부면 ‘곶은골’에서 태어나 봉평 창동리 계모 밑에서 자란 이효석은 100리 떨어진 평창에서 하숙을 하며 초등학교를 다녔다. 서울로 유학한 이효석에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컸고 그 그리움이 ‘메밀꽃 필 무렵’을 낳았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봉평은 그렇게 메밀의 상징이 됐다
“선생님, 법적으로 판단을 받는다는 것은 진짜 사실이 무엇인지가 아니예요. 나의 주장을 어느 정도 증명하느냐의 문제인 거죠. 그러니 너무 개의치 마세요.”2024년 1월23일 오후 2시쯤 걸려 온 전화상담에서 한 이야기이다.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법적인 판단이 잘못됐어도 그 일이, 그 부당함이 거짓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부당함에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무언가를 증명한다는 건 자신의 기억과 감정에 의심을 품고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내 설명해 내는 일이다. 이 과정
서울고법이 지난 24일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사용자임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 정부와 재계는 이 판결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는데, 이번 고법 판결문을 보니 그런 비판에 대한 법원의 답변을 읽을 수 있었다.정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사용자’ 정의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를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제3자’인 기업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상시 5명 이상 50명 미만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망자 2천292명 중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천843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는 고용노동부 자료에 비춰 봐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신체를 보호를 목적(법 1조)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은 당연하다. 2022년의 통계를 봐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산업의 플랫폼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기존 일자리가 해체되면서 3.3% 기타소득 세금을 내는 시민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794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프리랜서라고 불리거나 플랫폼 또는 특수고용 노동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유하고 있다. 전형적 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정부와 제도는 사회의 변화의 속도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마저도 이들을 권리의 주체로 세우고자 하는 노력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3~
끝까지 엉뚱했고 몹쓸 아이디어를 냈다. 봉제인 백남정 본인도 주변도 죽음을 준비하던 때, 마지막 인사차 만났던 친구이자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간부들에게 “하늘나라 가서 로또 번호 보면 가르쳐 주겠다” 하고는, 일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 쉰넷이었다.어느 봉제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연대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모임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바느질이 꼼꼼했던 재봉사였으므로 재봉사 모임은 기본이고 띠동갑 모임에 백두대간 종주하느라 다닌 산악회까지. 서울봉제인지회도 가두선전전을 보고는 스스로 찾아왔다. 모임에 들면 혼자만 다니
1. “노조가 위로금 지급을 요구했다고 하네요.” 지난 25일, 현대제철 통상임금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선고가 있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법정수당 등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평균임금에 연차수당 포함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원고 노동자들의 승소로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의 2호 법정에서 금속노조 현대제철의 인천·포항지회에서 지회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들이 참석해서 주심대법관의 판결 선고를 들었다. 나는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으로서 법정에 갔다. 이날 판결 선고 뒤에 근처 카페에서
나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자’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 이후에서야 내가 사실상 ‘기간제 근로자’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으로, 3년에 한 번씩 수탁업체를 서울시가 심사하는데, 수탁업체가 변경되면 기존 업체와의 근로계약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설사 바뀐 업체로 고용승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상대방이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혼란이 야기되는지 직접 겪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2024년 1월1일부로 서울노동권익센터 운영사업의 수탁기관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우리나라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해 빈곤을 해소하고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는 흔히 4대 보험이라 부르는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 그리고 국민연금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보험원리에 따라 가입자와 사용자로부터 정률의 보험료를 받고 노령으로 인한 근로소득 상실을 보전하는 등 노후의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해 노인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근 여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이 노후생활에서의 연금격차로 이어지고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확대함에 따라 여성노인 빈곤
아픈 몸 노동권이라니, 뜨거운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인가요?10년 전 질병권과 아픈 몸 노동권에 대한 강의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당혹스러운 표정도 상당했다. 당시만 해도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이들의 노동권에 대한 논의 자체가 희박했으니 무척 낯설었을 것이다.특히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이 많다는 한 노조 활동가는 혼란스러워했다. 그럴만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강조해 왔고, 아프면 충분히 치료받으며 유급 휴가나 산재 보상 등으로 생계를 보전받을 수 있도록 투쟁해 왔다. 그런데 아픈 몸
“예산을 알아야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의 미래를 판독할 수 있다.”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이다. 나라살림 계획을 예산이라 한다. 개인의 살림도 중요하지만 우리경제에서 가장 큰 규모인 재정규모를 가진 정부 예산을 알지 못하면서 경제를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2020년 기준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34.4%가 일반정부 지출이다. 2천조원을 넘는, 총소득의 3분의 1이 넘는다. 간접적 공공부문 활동을 고려한다면 더 클 것이다.더구나 이런 공공부문 재정 지출은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활동과
지난해 봄 닭장을 만들었다. 목재로 기둥을 세우고, 철망으로 동서남북 사방과 땅바닥을 두르고 플라스틱 지붕을 덮었다. 바닥에 철망을 두르는 게 중요하다.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이 땅을 파고들어 와 닭들을 몰살시키거나, 쥐가 들어와 사료를 훔쳐 먹기 때문이다.기둥을 세우면서 한쪽 구석에 1미터 높이로 닭들이 살 집의 바닥을 만들고 달걀을 낳을 나무 상자를 두었다. 그 위로는 닭들이 잘 때 올라설 횃대를 가로질렀다. 지상 1미터에 자리한 집에서 땅으로 내려가게 가로세로 30센티미터 문을 내고 길쭉한 나무판을 걸쳐 주었다. 나무판에는 편히
때는 2021년 가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던 나는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았다. 50명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2022년 1월27일을 몇 달 앞둔 시점이었다. 법이 현장에 잘 안착하려면, 중소기업에 필요한 사항들을 사전에 점검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회의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제안이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군. 담당 전문위원이 배정되기 전에 나는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 “제가 맡아서 해볼게요.” 다섯 번째 사연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
한때 엄마 품에서 꼬물거리던 작은 아이는 기어코 훌쩍 자라 엄마 정수리를 내려다본다. 촘촘했던 그 곳이 휑하니 비었을 때, 흰머리 가리기가 버거워질 때, 비로소 아이는 어른이 된다. 몸 조심해라, 잘 챙겨먹어야 한다, 크는 내내 들었던 온갖 잔소리를 하루 또 부쩍 작은 엄마에게 돌려준다. 이에 질세라 늙어 작은 엄마는 눈이 오면, 날이 춥거든 전화해
지난 9일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참사 1년3개월 만이다.다음날 여러 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한겨레와 매일경제,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1면 등 주요 면에 이 법을 ‘이태원 특별법’이라고 호명했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이렇게 불렀다. 다만 한겨레는 제목에 ‘여당은 끝내 외면했다’고 덧붙여 집권 여당을 비판했고, 동아일보는 ‘야당 단독처리’에 무게를 실었다. 매일경제는 ‘거야(巨野) 마이웨이’라는 제목을 붙여 단독처리한 야당을 일방으로 비판했다
서울 구로지역 노조연대투쟁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대우어패럴은 종업원이 2천여명 되는 대우그룹의 의류봉제 수출회사로서 노동자들의 하루평균 임금이 2천850원 정도로 낮았다. 작업장 환경은 월평균 80~100시간의 잔업에 겨울철 동상환자가 속출할 정도로 열악했고 현장 노동자들은 극심한 관리직과의 차별대우 아래 신음했다.이러한 열악한 근로조건을 극복하고자 노동자 105명은 1984년 6월7일 노조를 결성했고 조합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1985년 임금교섭에서 문제가 생겼다. 회사측이 임금인상 외에 여름 보너스 2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1월에 언급하기엔 조금 불길한 주제일 수 있겠지만, 해외 음악가의 콘서트를 제작하는 공연기획자에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재앙은 공연 취소 사태다. 지난 4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감염병이나 홍수, 지진 등의 천재지변은 계약서에도 적혀 있듯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확률이 낮다. 일반적으로 공연 취소는 다른 사유에서 비롯되곤 한다.비자나 화물 운송, 항공편, 음악가의 본인 또는 가족 병환 같은 문제일 수 있다. 또는 직전 공연지에서 사고나 누군가의 미숙한 운영에 따른 문제나 혹은 그저 운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프고 고립됐던 코로나19를 거쳐 폭등하는 물가와 금리를 바라보며 신음한 시민들이 당장의 하루를 버티며 곱씹은 시대정신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와 좌절하지 않을 용기다. 넘어지고 실패해도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운동선수와 우리 주변의 시민들이 그런 정신의 표상이 돼 줬다. 그런데 그